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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Feb 21. 2022

히어로의 안티테제를 중심으로 작성된 21세기형 영웅담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우리 시대의 문화적 패러다임을 가장 크게 가져온 영화는 어떤 영화가 있을까요? 전세계에 3D 열풍을 가져온 <아바타>일수도 있고, 북미를 중심으로 확고한 팬덤을 지닌 <스타워즈 시리즈>일수도 있으며, 두 영화 모두 월드와이드 10억 달러를 돌파한 <쥬라기 월드 시리즈>일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에 2010년대 영화 시장은 MCU를 필두로 한 히어로 무비 전성시대라고 불러도 손색없을만큼 우리 시대의 아이콘은 <어벤져스 시리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시리즈 중 가장 이질적인 색채를 지니고 있으며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 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이 영화의 주요한 특징은 흥미로운 구성, 타노스라는 캐릭터, 뛰어난 시각적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1. 흥미로운 구성

 영웅담에서 기인한 히어로 무비의 전형은 주인공이 추구하는 가치(예: 선, 질서)를 행하고자 그 앞을 가로막는 역경을 딛고 목표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즉 주연 캐릭터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여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 영화에서는 그 구성을 따르되 흥미로운 변주를 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어벤져스>라는 이름을 달고 있는 만큼, MCU에 출연했던 수많은 히어로들이 주축이 되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어벤져스 멤버들은 극의 메인에서 스토리를 이끌어가지 않습니다. 극은 시종일관 메인 빌런 타노스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오히려 그가 고난과 역경을 딛고 목표를 달성하는 과정을 다룬 영화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 타노스는 본인이 지닌 철학을 기반으로 우주의 인구수를 줄이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리고 그를 위해 이곳 저곳에서 인피니티 스톤들을 모으고 다니죠.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중에 스톤을 획득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존재들이 바로 어벤져스 일원들입니다. 그 과정에서 부하를 잃고, 아끼던 이의 목숨을 바치는 시련이 있었지만, 그는 결국 목표를 달성했습니다. 이처럼 익숙한 구조에서 인물들의 위치를 변경시킨 것을 통해 이 영화는 굉장히 흥미롭고 참신한 구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2. 타노스라는 캐릭터

 격투기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하는 말이 있습니다. "가장 무력해지는 순간은 상대의 공격이 강할 때가 아니라 자신의 공격이 아무 효과가 없을 때다."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이런 말을 가장 잘 묘사한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내내 어벤져스의 멤버들은 본인들이 가진 온 힘을 쏟아부어 타노스를 저지하고자하지만 오히려 그는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하는 모습으로 대부분의 공격을 저지합니다. 기존의 빌런들이 강했을지언정 자신들의 공격이 효과는 있었는데 그마저도 없어진 해당 상황에서 오는 무기력감과 공포감은 타노스라는 캐릭터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타노스라는 캐릭터는 단순한 악인으로 치부하기 아까운 캐릭터입니다. 그에게는 본인만의 사상이 있습니다. 그의 고향은 과도한 인구수와 그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자원의 양으로 인해 결국 파멸했습니다. 그 이후로 그는 대량 학살을 벌이며 다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신념은 꺾이지 않았고, 이 점은 충분히 납득 가능한 요소였습니다. 바로 가모라의 고향 때문이죠. 가모라의 고향은 타노스의 학살 대상 행성으로 지정되었고, 전 행성의 절반에 달하는 인구가 죽었습니다. 허나 그 행성은 학살 이후 오히려 풍요로워졌다고 합니다. 이처럼 영화는 타노스가 해당 사상을 갖게 된 계기와 그를 더욱 신봉할 이유까지 묘사하며 그의 캐릭터성을 훌륭히 묘사하였습니다.


3. 시각적 연출

 저는 루소 형제가 좋은 감독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캐릭터의 개성을 살린 액션을 다루는 방식에 한해서는 굉장히 훌륭한 기량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리고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역시 최고의 시각적 연출을 자랑합니다.

 이 영화에서 각 캐릭터들은 본인들의 특색을 잘 살려서 활약합니다. 모든 캐릭터가 비슷한 액션을 하는 것처럼 보이더라도 각자의 개성을 살려 변주를 하는 방식으로 말입니다. 이를 잘 보여준 예시가 캡틴 아메리카와 블랙팬서의 액션입니다. 두 캐릭터는 와칸다에서 함께 전투를 진행하고, 육탄전이 주특기인 히어로들이지만, 그들의 액션은 다소 경향이 다릅니다. 무기가 팔에 장착된 캡틴 아메리카는 육탄전을 주로 하면서도 팔을 통한 공격 위주로 진행되는 반면에, 충격시 그에 상응하는 에너지를 방출하는 형식의 블랙 팬서는 다소 아크로바틱한 공격들을 주로 사용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을 고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단언코 토르의 강림 장면일것입니다. 해당 장면은 <엔드게임>에서도 캡틴 마블의 강림으로 비슷하게 연출된 적이 있지만, 그 파괴력이 상당히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관객들에게 가장 익숙한 캐릭터 중 한명의 등장이라는 점이 굉장히 다르고, 기존 영화들을 통해 토르가 가장 강력한 어벤져라는 인식이 확실히 잡힌 상황에서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해당 장면은 히어로들이 곤경에 빠진 상황에서 가장 강력한 히어로가 등장해 구원하고 동시에 영화의 메인 테마가 흘러 나오는 등 팬들을 만족시키기는 최고의 연출을 자랑합니다.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기존의 히어로 무비의 틀을 다소 뒤바꾼 흥미로운 영화이자, 마블 역사상 최고의 빌런이 탄생한, 제가 생각하는 MCU 최고의 영화 중 한편입니다. 물론 가모라와 타노스의 관계, 몇몇 뜬금없는 요소들은 비판의 여지가 있긴 하지만, 오락영화의 범주에서 이보다 팬들을 만족시킬만한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만큼 훌륭한 영화였음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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