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사랑한다는 것, 수십년간 다른 생활 양식을 지닌채 살아온 두 사람이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합쳐진다는 것을 우리는 결혼이라고 부릅니다. 누구보다 가까워져야하는 사람이기에 누구보다 단점이 크게 보이는 사이이기에, 누구보다 큰 이해를 요구하는 관계이지만 그것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오늘 이야기할 영화 <결혼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이란 무엇인가와 자신이 타인을 이해하는 것 만큼 타인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오해에서 비롯된 갈등을 다루고 있는 영화입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이해와 오해를 다루는 것, 여러 인물의 대비, 카메라 연출입니다.
1. 이해와 오해
이 영화는 시작과 동시에 찰리와 니콜이 서로의 장점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서로의 특징과 특성에 대해서서로가 잘 알고 있지만 극의 초반부에서 나오듯이 그들은 그것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지 않습니다. 이는 제대로 된 소통의 부재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에서는 이해의 부재와 갈등, 오해가 극의 저편에 깔려있습니다. 이러한 대표적인 예시가 LA또는 뉴욕에서의 생활에 관련된 둘의 상반되는 묘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찰리와 니콜은 서로가 서로의 마음을 이해해주지 않는다고 여깁니다. 찰리는 니콜이 LA에서 살고싶어하는 것을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의논은 해본적 있지만 그에게 있어서 해당 생활에 관한 의논은 소파 뒤에 장식장을 놓자는 정도의 의논으로 여겨졌죠. 반면 니콜은 찰리에게 자신이 드라마 촬영 이후에도 계속해서 LA에 머물고 싶음을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본인의 생각적 차원에서만 남겨두었습니다.이처럼 두 인물은 서로가 본인을 이해해주기를 바라지만 잘못된 소통 방법으로 인해 결국 그것을 이루지 못합니다.
또한 재미있는 요소는 아들에 관련된 묘사입니다. 찰리는 가족들이 떨어지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뉴욕에서의 일도 멋지게 끝내고 싶어하며, 가족들이 떨어지는 것도 원치 않습니다. 그렇기에 그는 아들을 만나러 뉴욕에서 LA까지 오지만 이혼 서류로 인한 변호사 선임 문제로 아들과의 시간에서 아들을 배려하지 못합니다. 이처럼 아들을 위해 하는 행동들이 아들을 배려하지 못하는 결과를 낳는 극의 아이러니함은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2. 다양한 대비
해당 영화에서는 흥미로운 요소가 상당히 많습니다만 대표적으로 흥미로운 점은 제이와 버트의 대비입니다. 제이는 유능한 변호사이지만 호전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고, 버트는 찰리를 인간적으로 대우해주는 유일한 변호사인데요. 이들은 감정에 지배당한 찰리의 현재와 가족을 생각하는 찰리의 미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찰리는 극에서 니콜이 자신의 모든 것을 빼앗으려했다는 것을 느끼고 아들의 거취를 뉴욕으로 옮기고자하는 호전적인 성향을 띄고 있음과 동시에 가족 공동체의 붕괴를 원치 않는 인물입니다. 그런 찰리에게 버트는 가장 인간적이고도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해주지만 찰리는 이를 거부하고 결과적으로는 제이와 함께 법정에 나섭니다. 결과적으로 찰리는 버트의 제안보다 불리한 결과를 가지게 되었지만 오히려 이런 과정을 통해 버트에 더욱 가까워졌습니다.
찰리는 니콜과의 이혼 과정을 통해 오히려 그녀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존재였는지, 그리고 그가 그녀를 얼마나 사랑했는지를 깨닫습니다. 싸움을 하면서 서로에게 큰 상처를 주기도 했지만, 아내가 머리를 잘라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이혼 직후의 노래까지 그는 상실의 과정에서 충족을 얻었습니다.
또한 결과적으로 이러한 시간을 거치며 니콜과의 관계역시 일정부분 호전되었죠. 이는 극의 시작을 담당했던 장점 말하기를 결말에서 되뇌이며 부각됩니다. 결별과 상실의 과정을 거치는 와중에도 그녀가 찰리에게 가졌던 감정들과 사랑은 오히려 뚜렷하게 전달되었습니다. 그렇게 찰리는 예전과는 다른 형태의 가족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이 영화는 제이와 버트의 대비, 상실과 충족의 대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영화입니다.
3. 카메라 연출
이 영화의 카메라 연출은 독특합니다. 20세기 말 혹은 2000년대의 따뜻한 화면 색채를 지니면서도 주역인 니콜과 찰리가 한 화면에서 나오는 것을 상당수 배제합니다. 나오더라도 큰 화면 속 작은 인물 정도로 묘사되거나, 한명이 포커싱되면 한명은 블러처리되는 형태로 묘사되죠.
그러면서도 극의 긴장이 풀어지는 극후반부에 들어서는 이러한 연출을 조금 바꿉니다. 한 사람의 얼굴을 페이드아웃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의 얼굴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둘이 다른 공간에 있으면서도 서로의 정서적 거리가 가까워졌음을 묘사합니다. 그리고 이후 엔딩에 다다라서는 두 인물이 동시에 뚜렷하게 묘사되는 빈도가 느는 등, 이 영화의 카메라 연출은 훌륭합니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그 이별이란 무엇인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바뀌는 것과 불변하는 것은 무엇인가에 관해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결혼이야기>는 굉장히 훌륭한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이혼 소송과 법정을 다루면서도 시시비비에 관객이 집중하지 않고 사랑과 시간의 가치에 관한 사색을 하도록 유도하는 정말이지 멋진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