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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Aug 28. 2022

걸작은 B급 장르를 메이저 장르의 반열에 올린다.

영화 <에이리언> 리뷰

 우리에게 있어서 SF 장르는 더 이상 접하기 어려운 장르가 아닙니다. <엣지 오브 투모로우>와 같은 영화나 <퍼시픽 림>과 같은 영화들에 제작비가 1~2억 달러 가까이 투자될 정도로 관객 입장에서도, 제작사 입장에서도 SF 장르는 엄연한 메이저 장르입니다. 허나 1970년대 초까지만 하여도 SF 장르는 그렇게까지 메이저한 장르가 아니었습니다. 허나 두 걸출한 영화들로 인해 SF 장르 역시도 메이저 장르 반열에 오를 수 있었죠.


 그 영화들이 바로 <스타워즈(1977)>과 오늘 리뷰할 영화 <에이리언>입니다.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두 영화는 사실 SF 장르에 속하기는 하지만 세부적인 장르는 다릅니다. 스타워즈의 경우에는 고전적으로 전해지던 서사시 구조를 우주 배경에서 행하는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이고, 에이리언의 경우에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는 크리쳐 무비에 가깝죠. 허나 이 영화들이 SF 장르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영화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영화 <에이리언>의 주요 특징은 관객에게 충격을 안기는 구조, 공포영화로서의 본분을 다하는 연출, 훌륭한 크리쳐 디자인을 특징으로 할 수 있습니다.


1. 관객에게 충격을 안기다

 이 영화 시리즈에 대해 알고 계신 분들이라면 해당 시리즈의 주인공이 누구인지 바로 아실 것입니다. 바로 리플리인데요. 현대에 이르러서는 이 점이 너무나 많이 알려져 있기에 오히려 간과되는 부분이 바로 이 파트에서 설명할 요소입니다. 이 영화의 오프닝을 보면 여러 인물들이 동면에 빠져있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그 중 한 인물이 동면에서 깨어나는 장면을 클로즈업하죠. 그런데 이 인물은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리플리가 아니라 존 허트가 연기한 토마스 케인입니다.


 개봉 당시만 하여도 시고니 위버보다 존 허트의 인지도가 더욱 높은 상황이었기에 이 영화의 오프닝을 보고 리플리가 주인공일 것이라고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입니다. 더군다나 케인은 직급이 부선장으로 상관과의 대립이라는 요소를 살릴 수 있는 전형적인 주인공 캐릭터였습니다. 유적 탐사 임무에도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한 주체적 인물이기도 하며 고전적 의미에서는 가장 주인공에 가까운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외계 생명체와 조우하고 페이스허거가 붙은 이후로 연출이 많이 달라집니다. 주인공으로 여겨졌던 인물이 영화 초중반부에 벌써 공격을 당하고 기절을 한 장면이 나오죠. 이후 그가 회복을 성공하나 싶었던 무렵 케인은 가슴이 뚫리며 사망하고 캐릭터들과 함께 관객들은 혼란에 빠집니다. 지금에 이르러서는 케인의 가슴이 뚫리는 장면과 시리즈의 주인공인 리플리가 너무나 유명해졌기에 그 위력이 반감되긴 하지만 해당 장면을 위한 전반부의 빌드업은 정말이지 탁월합니다.


2. 공포영화적 연출

 프리퀄 시리즈를 제외한 <에이리언 시리즈>는 특이하게도 모든 시리즈의 감독이 다 다른 명장들로 이루어진 특이한 시리즈입니다. 그만큼 각편마다 감독들 특유의 색채가 묻어있는 시리즈이지만, 한편으로는 시리즈의 통일감이 적다는 평을 받는 시리즈이기도 합니다. 단적으로 2010년대를 대표하는 영화 시리즈인 <어벤져스 시리즈>를 예로 든다면 조스 웨던 감독이 맡은 1,2편과 루소 형제가 맡은 3,4편의 스타일이 그렇게까지 큰 차이가 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에이리언 시리즈>는 그 스타일이 확연하게 다르죠. 추후에 다른 시리즈들 역시 리뷰할 예정이 있기에 자세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지만 오늘 리뷰할 <에이리언>은 시리즈 중에서 가장 정통 호러에 가까운 연출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크리쳐 무비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생명체의 존재, 그 생명체를 처리할 방안이 없음, 도망칠 수 없도록 조성된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해당 요소들을 완벽하게 갖췄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주목할 요소는 마지막 공간에 관련된 요소입니다. 여기서 말한 도망칠 수 없도록 조성된 것은 크게 두 분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로는 말그대로 지정된 공간안에 위협적 존재와 있는 상황이고, 두번째는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있는 존재가 있는 상황입니다. 전자는 <에이리언>이 대표적일 것이고, 후자는 <콰이어트 플레이스>나 <나이트메어>가 대표적입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에 비해 전자를 선호하는데요. 후자는 보통 주인공이 안심하는 상황에서 점프스케어를 일으키는 경우가 많은 반면, 전자는 계속해서 긴장감을 유지시키기 때문입니다.


 이 영화에서 해당 부분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영화가 진행되면서 인물들은 환풍구에 있는 에이리언을 불로 쫓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모선을 폭파시키고 탈출하려고도 합니다. 하지만 에이리언은 보이지 않죠. 그렇기에 모든 상황 모든 장소가 안전하지 않음을 관객과 캐릭터에게 각인시키고, 레이더와 같은 다양한 요소를 활용합니다. 상대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는 어두운 환풍구에서 레이더상으로 등장인물에게 다가가는 에이리언의 모습을 볼 때 관객과 등장인물들은 불안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시종일관 이런 불안함을 유지하며 극을 진행시키는 훌륭한 연출을 가졌습니다.


3. 크리쳐 디자인

 이 영화에 등장하는 에이리언은 H.R. 기거의 디자인 중 하나인 네크로놈4을 채택하여 가공한 형태를 가지고 있습니다. 페이스허거와 에이리언은 각각 여성기와 남성기를 모티브로 한 디자인이며 무시무시한 외계 생명체의 기괴함을 한층 끌어올린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달나라 여행>에 나온 셀레나이트들

 물론 에이리언의 디자인 자체가 기존에 없던 요소를 창조해낸 것이 아니라 셀레나이트 류 디자인의 리파인에 가깝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셀레나이트의 디자인 의도가 인간과 가장 반대되는 생명체였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해당 디자인은 이질적 요소와 친숙함을 함께 가지고 있는 훌륭하면서도 기괴한 디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점을 고려해서 영화를 본다면 꽤나 흥미로운 요소들이 영화 곳곳에 포진되어 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리플리가 여성인 점과 남성기를 모티브로 한 에이리언의 대립, 남성의 모습을 한 안드로이드 애쉬가 리플리의 입에 잡지를 돌돌 말아 넣어 죽이려한 모습과 그 장면에 나온 여성의 사진들이 모두 성욕을 불러일으킬만한 모습이라는 점, 승무원들이 일어나는 곳이 인큐베이터와 같은 모습을 띄었다는 점은 이 영화를 충분히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해석할 여지를 주기도 합니다.




 영화 <에이리언>은 리들리 스콧 감독이 만든 걸작들 중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입니다. 물론 과거의 명작들이 그렇듯이 현대에 이르러서는 해당 영화의 영향을 받은 영화들이 무수히 많고, 앞서 말한 케인에 관한 이야기처럼 현대에서는 몰입하기 힘든 요소들도 어느 정도 있는 영화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SF라는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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