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보다는 완전한 나를 추구하기까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2025년 6월 20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소니 픽쳐스의 애니메이션 영화입니다. 최근 K컨텐츠의 대표 주자격 느낌으로 매체에 소개되고 있지만 엄밀히 따지면 미국 자본으로 만들어진 미국 애니메이션이라고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이러한 면에서는 2017년작 디즈니 픽사의 <코코>가 연상되는 부분이죠.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으며 본작의 영향으로 민화 까치호랑이 역시도 주목을 받는 등 한국인으로서 참 고마운 영화라고도 생각이 듭니다. 오늘은 화제의 중심이었던 본작을 저만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한번 읽어보고자 하여 이렇게 글을 남깁니다.
우선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핵심 스토리 라인은 간단합니다. 예로부터 악귀를 막고 노래를 통해 혼문을 가동하는 3인조 헌터가 있었으며, 현재에 이런 일을 하는 집단이 주인공 그룹 "헌트릭스"입니다. 그리고 악귀 측에서도 혼문이 거의 완성되자 전략을 바꾸기 위해 만들어진 아이돌 "사자 보이즈"가 있으며, 이들의 대립과 인물 간의 서사를 통해 혼문의 완성을 두고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것이 플롯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본작의 스토리는 왕도적인 스토리 구조를 따릅니다. 관객들의 허를 찌르는 반전을 주기보다는 주어진 정보들을 통해 관객들이 이입을 하도록 만들어진 구조이기도 하고, 복선 회수 등이 메인이 되는 영화도 아닙니다. 그럼에도 저는 영화의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각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계관을 처음 소개하는 영화에서 관객들에게 너무 많은 정보를 주기보다는 이런 방식의 전개가 가장 적합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이 요소는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요소입니다. 각본적인 치밀함이나 서사의 독창성을 추구하는 이들에게는 왕도적인 구조가 뻔하다고도 여겨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본작의 가장 훌륭한 부분은 인물들의 캐릭터성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심 인물 4인이라고 할 수 있는 루미, 미라, 조이, 진우까지 4명의 인물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바로 자신의 정체성을 둘러싼 방황을 한다는 것인데요. 조이는 캘리포니아 주 버뱅크 출신의 한국계 미국인으로 태어나 "한국계"로서의 정체성과 "미국인"으로서의 현실 사이의 괴리에서 헤매었던 인물입니다. 그리고 미라는 자신을 제외한 가족 구성원 모두가 사회적 틀 안에서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는 가정에서 태어나, 독특한 자신만의 기질과 주변 환경 사이의 괴리에서 갈등과 상처를 안고 있는 인물입니다. 루미와 진우는 악귀와 인간 사이에서 방황하는 이 주제를 가장 여실히 보여주는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 4명의 인물은 자신이 속해있는 집단의 성격과 자신의 기질 사이에서 오는 괴리감으로 인해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이와 미라는 헌트릭스 활동을 통해 자신의 기질과 집단적 성격을 동기화하는데 비교적 성공한 인물인 반면, 루미와 진우는 그 어디에도 완벽하게 속하지 못한 인물로 극에서 묘사됩니다. 루미는 자신이 가진 문양을 드러내는 것이 두려워 가장 가까운 동료들에게도 비밀을 간직한 채 살아가고, 진우는 자신의 과거 선택을 숨기며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유심히 보면 좋은 부분이 헌트릭스 멤버들의 복장입니다. 처음 GOLDEN의 무대 의상이 공개되었을 때를 보면 루미는 검은 자켓을 위에 입고 있는 반면 다른 멤버들은 흰 자켓을 위에 입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루미의 검은 자켓이 문양을 가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남들에게 드러내지 않으려는 자기방어적 색채라고 표현할 수 있겠습니다. 이후 라이브 공연에서 악귀들로 인해 검은 자켓이 벗어지게 됩니다. 이는 더 이상 자신의 모습을 감출 수 없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후 클라이맥스에서 What It Sounds Like를 부르는 장면을 보면 헌트릭스 멤버 전원이 흰 의상으로 바뀐 후 노래가 진행됩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모든 멤버들이 자신을 숨기지 않고 있는 그대로 서로를 받아들이게 되었다는 의미로도 해석이 가능합니다.
다만 같은 맥락에서 바라볼 때 아쉬운 요소 역시도 발생합니다. 악귀에 의해 검은 자켓이 벗겨지고 문양이 온 세상에 드러났을 때 루미가 찾아간 인물은 어머니 대신 자신을 돌봐준 셀린이었습니다. 이때 셀린은 루미를 보며 옷으로 다시 문양을 가리고 다시 활동하자고 종용합니다. 이로 인해 헌터는 완벽한 모습만을 보여야 한다고 말하는 셀린과, 자신을 왜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주지 못하냐는 루미의 대립이 진행됩니다. 대립 과정에서 혼문이 불안정해지자 셀린은 이렇기에 완벽한 모습만 보여야 한다고 말하고, 루미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혼문이라면 필요없다고 말을 합니다.
이런 관점은 완벽주의적 성향과 칼 로저스로 대표되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대립과 유사합니다.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부정하여 완벽한 모습으로서 보여야한다는 완벽주의적 성향과는 반대로 칼 로저스는 무조건적인 긍정적 존중을 중시하는 인물입니다. 진정한 자기실현은 자신에게도 무조건적인 근정적 존중이 존재할 때에만 이루어질 수 있다고 말한 로저스는 이러한 자세를 통해 현실의 자신과 이상적 자신의 간극을 없애고 수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러한 요소는 셀린과 루미의 대립에도 비슷하게 적용되는 이야기로 상당히 흥미로운 장면이었습니다.
다만 이 이야기의 결론이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지 않는 혼문을 지키지 않겠다"로 이어진 루미가 혼문을 지키고 악귀를 저지하기 위해 콘서트 장에 등장하는 장면은 다소 아쉬움이 남습니다. 물론, "완벽주의적" 성향의 혼문을 부정하며 "인본주의적" 성향의 혼문을 스스로 창조해내겠다는 관점으로 해석이 가능하고 이러한 해석이 가장 타당하겠으나, 이러한 해석이 더 매끄러울 수 있도록 약간의 대사와 함께 1~2분 가량의 장면이 추가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전반적으로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잘만들어진 수작이자, 팬의 입장에서 탐구하고 파고들어갈 요소가 많은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스파이더버스 시리즈>에서부터 확실히 정해진 소니 애니메이션 특유의 코믹한 연출들과 특유의 프레임 조절, 탁월한 색감과 화면 연출, 액션 시 돋보이는 카메라 무빙까지 훌륭한 요소들이 많이 보이는 영화였습니다. 각본의 탁월함 보다는 소재의 신선함이 주된 매력 포인트였다는 점에서 후속작에 대한 우려가 생기기는 합니다. 하지만 <스파이더맨: 뉴 유니버스>에서 왕도적 스토리와 훌륭한 연출로 극찬을 받고 후속작인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를 통해서 더 발전한 화면 구성과 연출, 운명의 순응과 개척을 둘러싼 갈등이라는 각본적 깊이를 잡아낸 이력이 있는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이기에 걱정보다는 후속작에 대한 기대가 더 커지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