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체인소맨 1부> 비평
우리는 평범이라는 단어를 상당히 자주 사용한다. 평범한 하루, 평범한 삶, 평범한 외모, 평범한 직장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평범함이란 과연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뛰어나거나 특별한 점 없이 보통의 수준이거나 흔한 상태라고 하지만 모든 분야에서 상위 50% 부근의 능력을 지닌 존재가 과연 존재할 수 있을까? 반대로 평범이 스펙트럼의 개념이라면 그 기준은 누가 정하고 누구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일까? 그리고 우리는 과연 평범한 삶을 사는 존재라고 말할 수 있을까?
이처럼 평범이라는 단어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과연 진정한 평범이란 무엇일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어이기도 하다. 이런 질문에서부터 오늘 다룰 작품 <체인소맨 1부>는 시작된다. 본작의 구조는 결국 평범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평범하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라고 요약할 수 있다
작중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평범한 삶을 타의에 의해 박탈당한 존재들로 묘사된다. 이러한 면모를 가장 잘 드러내는 존재가 주인공인 덴지다. 덴지는 부모님을 모두 잃고 사채빚을 갚기 위해 장기를 팔고 사설 데빌헌터일을 하면서 식빵 한쪽으로 하루를 버티는 삶을 살던 인물이다. 그런 삶을 살아온 덴지의 꿈은 여성의 가슴을 만지고 싶다는 원초적인 본능으로 묘사된다. 그렇기에 다른 인물들로 하여금 꿈이 저속하다고 비난받고 얄팍하다고 무시받는 장면들이 나오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저속함과 편견 속에서 우리가 추구하는 평범한 보편적 가치란 무엇인가에 대해 고뇌하게 만든다.
작중 등장하는 경찰들이나 데빌헌터들의 행동 목표는 가족을 지키거나 가족의 복수를 하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이러한 목표는 독자인 우리로 하여금 당연하고 보편적인 가치관처럼 여겨진다. 가족을 지키고 싶고 위하고 싶은 마음이 보편적인 감정이지만, 만약 우리에게 지킬 가족의 존재가 처음부터 없었다면 우리는 어떠한 꿈을 꾸게 될까? 아마도 소중한 존재, 가족과 같은 존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을 꿀 것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덴지의 꿈은 과연 저속하고 얄팍한 것일까? 덴지가 말하는 꿈은 단어적으로 놓고 보았을 때 저속해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한 존재가 사랑이라는 감정을 가장 원초적이고 직설적으로 표현하는 언어라고도 생각이 든다. 결국 자신에게 많은 것을 허락할 가족이 되어줄 존재를 열망하는 것과 같은 의미다. 현재의 가족과 과거의 가족이 타인에게 그렇게 소중한 것이라면 미래에 자신의 가족이 되어줄 인물을 찾고자 하는 욕망이 어째서 저속한 것이고 무시받아야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 물으며 하는 말의 겉모습이 아닌 그 속의 진실된 가치를 찾는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작중 덴지의 일상인 것이다.
평범한 사랑, 가족에 대한 열망은 히메노와 아키 그리고 마키마로 이어지며 작중 메시지의 일관성을 완성시킨다. 히메노와 아키는 모두 악마에게 가족을 잃어 공안의 데빌헌터로 자리잡은 인물들이다. 그런 그들의 초기 목적은 악마를 없애는 것이었지만 히메노는 아키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아키는 덴지와 파워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서 가족의 복수를 포기하려는 면모를 보인다. 이러한 묘사는 결국 과거의 가족을 위해 사는 삶 역시도 결국은 자신을 거부 없이 받아들여주고 사랑해줄 가족의 존재에 대한 결핍과 그리움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역설적이게도 그러한 존재를 다시 만나게 된다면 과거에 매달린 삶의 태도와 자세 역시도 조금은 희석된다는 것이다. 이는 과거가 중요하지 않고 잊어야한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과거의 추억이 소중하고 상실의 고통이 큰 만큼 자신에게 주어진 현재와 다가올 미래의 가치를 인정하는 성숙한 어른이 가지는 삶의 자세에 가깝다.
이러한 어른의 자세와 대비되는 존재가 1부의 메인 빌런 마키마라고 할 수 있다. 그녀와 인간의 관계를 상징하는 비유는 반려동물인 강아지이다. 그녀는 인간을 좋아한다고 말하며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기아, 전쟁, 죽음과 같이 없어져야 하는 것이 존재하며 그것을 없애기 위해 덴지에게 최악의 불행을 선사하려는 인물이다. 이는 본질적으로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받고 싶고 사랑을 주고 싶지만 타인을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인정하지 않는 자세를 여실히 나타낸다.
작의 최후반부 체인소맨은 마키마에게 당신이 만들고자 하는 세상에 별로인 영화는 존재하냐고 묻는다. 그러자 마키마는 그런 영화는 세상에 없는 편이 나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렇기에 체인소맨은 마키마가 만드려는 세상에 동의하지 못한다고 말하는 이 장면은 삶과 세상에 대해 다루는 다른 인물들과 마키마의 차이를 보여준다. 덴지와 아키, 히메노와 같은 인물들은 가족 혹은 그에 상응하는 주변인을 잃고 고통에 빠졌음에도 다시 새로운 인연을 찾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덴지가 레제를 만났던 것처럼 새로운 인물과의 조우가 언제나 좋은 마무리로 이어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타인을 만나고 자신과 동등한 개체로 여기는 것에 주저는 없다. 반면 마키마는 부정적 결과가 예상된다면 그 존재 자체를 부정하려고 한다. 작중 어른스러운 면모를 보이려는 모습들과는 상이하게 그녀의 내면은 상처받고 거부받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하는 유아적 면모가 존재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덴지가 마키마를 먹어치운 충격적 결말은 지배와 피지배라는 수직적 구조의 삶에 갇혀있던 마키마에게 기이하고 그로테스크한 방식이지만 말 그대로 한 몸이 되어 살아가는 덴지만의 비정형화된 사랑으로 귀결된다. 단 한순간도 누군가와 동등한 위치에 서지 못했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모든 고통을 공격이라고 치환했던 한 존재가 공격이 아닌 고통으로 목숨을 잃고 다른 이와 하나가 되었다는 전개는 작품의 메인 테마인 가장 비정상적이고 비정형적인 사랑이란 보편적 가치에 대해 숙고하게 만든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한 삶을 꿈꾼다. 언제나 웃고 싶고 사랑하는 이와 따뜻한 공기,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원하는 것을 이루는 삶을 말이다. 그렇지만 불행이 결여된 세상에서는 역설적이게도 행복도 없다. 불행이 없는 곳은 아무것도 없는 곳이지, 행복이 있는 곳이 아니다. 불행을 밀어내고 통제하는 삶에서는 행복을 찾을 수 없으며 끝이 없으면 새로운 시작도 없음을 말하는 작품 <체인소맨 1부>는 평범과 가장 거리가 멀어보이는 인물의 입을 통해 말하는 인류 보편적 가치에 대한 탐구를 다루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