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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랑 Dec 03. 2021

수직적 이미지로 건설한 미국의 물질적 정서적 젖줄

영화 데어 윌 비 블러드 리뷰

 1. 개요

 미국은 어떻게 현존하는 최강의 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까요? 그 이유로는 굉장히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저는 아메리카 대륙으로 이주해온 이들의 정신과 대륙의 자원들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이라는 국가가 지금처럼 자리를 잡기 이전을 생각해보면 미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은 대부분 유럽 대륙에서의 실패를 겪거나, 삶의 희망을 찾지 못한 상태로 넘어온 개신교민들이었습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을 품음과 동시에 헌신과 금욕의 이념을 새긴 이들이었죠. 그리고 그런 그들의 눈앞에 놓인 것은 좋은 토양, 남부의 석유, 서부의 금이었습니다.


 아메리칸 드림과 프로테스탄티즘이 결합된 이주민의 정서적 요소와 석유, 금과 같은 물질적 요소의 결합이 현재의 미국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죠. 이러한 기틀을 바탕으로 미국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하지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은 현재의 미국을 만들어낸 물질적 정서적 기반을 이 영화를 통해 부정하고자 합니다.

 이 영화의 특징은 느리지만 빠져나갈 수 없는 늪같은 전개, 수직적 이미지의 활용을 비롯한 화면 구성, 관계와 상징, 뛰어난 연기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1. 늪같은 전개


 이 영화는 초반부 15분간 주인공이 광산에서 일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이 인물이 현재 위치에 있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에 관하여 묵묵히 보여줍니다. 속도감을 중시여기는 영화였다면 이 장면이 오점이 되었겠지만 이 영화는 잔잔하지만 무게가 있고, 서서히 늪에 가라앉는 느낌을 주는 영화이기에, 이 오프닝이 오히려 득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는 극후반부를 제외하고는 템포를 끌어올리는 장면이 거의 없습니다.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느낌이 강하죠. 유전 관련 정보를 들었을때도, 완공이 되었을때도, 사고가 났을때도 템포는 일정하게 유지되죠. 지루하고 시시하다는 감상이 나올법한 구조지만 관객들은 점점 이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일정한 템포로 관찰자와 같은 시점을 가져가기에, 관객에게 있어 다니엘의 입장에 시간이 갈수록 이입하게 되는 구조라고 할 수 있습니다.


2-2. 수직적 이미지와 화면구성

 또한 이 영화의 화면 구성은 상당한 수준인데요. 특히 이 영화는 수직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장면이 많습니다. 이 영화를 보다보면 중요하게 묘사되는 수직적 이미지가 2개 있습니다. 바로 시추탑과 십자가인데요. 이 둘은 각각 다니엘과 일라이를 상징하는 물질이자 둘이 신봉하는 대상에 관한 은유이기도 합니다. 극중에서 시추탑은 석유로 대표되는 물질적 성공을 나타내고 이것을 신봉하는 인물은 다니엘입니다. 그리고 십자가는 기독교로 대표되는 정서적 성공을 나타내며 일라이가 신봉하는 대상이기도 하죠. 그런데 작중 묘사를 보면 시추탑은 불탔고, 십자가는 벽에 음각으로 구멍을 냈을 뿐 십자가가 실제로 존재하지는 않습니다. 이것은 둘이 추구하는 것 혹은 둘이 갖고 있는 것이 온전한 대상이 아니라는 은유입니다. 다니엘은 부를 안겨주겠다는 석유회사에게 그럼 자신은 무엇을 하냐며 묻는 등 물질적 성공의 부산물이 아닌 성공이라는 행위 자체에 집착하는 인물입니다. 일라이는 선교와 축성같은 종교적 요소를 신봉하는 듯 보이지만, 그의 행동에서 보이다시피 그는 사이비 교주에 불과하고요. 이처럼 극중에 나오는 수직적 이미지는 미국의 성공을 지탱하는 온전하지 못한 기둥이라는 메인 메시지를 잘 묘사합니다.


 다른 방식의 화면 구성도 훌륭합니다. 대표적인 장면이 다니엘이 자신의 이복동생이라고 말하는 헨리와 함께 해변에 있는 장면입니다. 헨리가 말하는 여자, 향락과 관한 이야기에는 다니엘이 시큰둥하고, 다니엘이 말하는 주제에 관해서는 헨리가 시큰둥합니다. 그리고 둘의 옆모습을 보여주는데, 다니엘은 온전히 빛을 받고 있는 모습이지만, 헨리는 어깨 윗 부분만 빛을 받고 그 아래는 그늘에 있는 모습으로 묘사됩니다. 즉, 헨리는 다니엘과 같은 부류인 척, 가족인 척 다니엘 옆에 있지만, 그 본질은 다니엘과 다른 인물이라는 묘사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입니다.


2-3. 관계와 상징

 이 영화에서 다니엘에게는 물질적 성공이라는 행위 자체가 가장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는 비즈니스를 위해 가족을 가장 아낀다는 말을 주로 하고 다니는데요. 그런 그에게 있어 작 중 가족이라고 다니엘이 생각하는 혹은 그렇다고 믿었던 인물들은 총 2명입니다. 아들 HW와 이복동생 헨리인데요. 이은 전부 다니엘의 피가 섞인 가족이 아닙니다. HW는 작업중 사망한 이의 아들을 거둔 것이고, 헨리는 사실 자신의 이복동생을 사칭하던 사람이었죠. 이는 다니엘이 신봉하는 것이 본질이 아닌 허상임을 드러내는 것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가족을 아끼는 이라면 자식에게 장애가 생겼고 이복동생이 나타난 시기에 자식을 버리지 않을 것이며 이복동생을 죽인 이후 자식을 부르는 행위를 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그가 추구하는 성공 자체의 문제 이전에 그가 성공을 위해 표방하는 이념조차 거짓된 것이라는 의미죠.


2-4. 뛰어난 연기력

 이 영화의 다니엘 데이 루이스는 정말이지 엄청납니다. 개인적으로 <갱스 오브 뉴욕>과 함께 그의 인생 연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생각합니다. 감정을 폭발시키는 장면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극의 전체를 집어 삼키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과시합니다. 금방이라도 끓어 넘칠듯한 물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드는 훌륭한 연기였습니다. 또한 폴 다노는 당시 경력이 길지 않은 배우였음에도 불구하고 다니엘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퇴마 의식을 강행할 때의 모습이나. 극의 엔딩부분에서의 감정 연기는 정말 눈을 뗄 수 없는 수준의 연기였죠.


3. 마무리

 시간의 흐름에 관한 체감이 좀 덜한 점이나 주연들을 제외한 인물들의 존재감 부족은 약간의 아쉬움을 남기지만 이 영화는 걸작으로 불릴 수 있을 정도의 영화입니다. 스피디한 영화 대신 진중하고 무거운 영화를 보고 싶은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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