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에 대하여 (3)

by 정수히

언젠가 나만의 카페를 차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커피 마시기를 좋아할 뿐 맛이나 종류에 대해서는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실없는 소리기는 하다만, 바랄 수는 있잖아? 주변에서 하나 둘 씩 카페 차리는 걸 보니까 나도 카페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학창 시절 별로 친하지도 않았던 동창들이 카페 사장님이 됐다는 소식을 보니까 괜히 샘이 났다. 역시 인스타그램은 정신건강에 좋지 않다. 한 동창의 카페는 집이랑 가까워서 슬쩍 가봤는데, 비싼 줄만 알았던 케이크가 의외로 맛있었다. 친했으면 공짜로 먹을 수 있었을텐데 하는 개념 없는 바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커피 맛은 딱히 기억이 안난다. 동네 카페는 아메리카노가 거기서 거기지 뭐.. (사실 내가 그냥 혀가 둔한 편)


아무튼 오래된 동네 속 하얗고 세련된 카페였는데, 메뉴와 인테리어 모두 깔끔했지만 사실 내가 차리고 싶은 카페 스타일은 아니다. 나는 좀 더 아기자기 한 걸 좋아하는 것 같다. 색깔도 너무 튀지는 않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무채색은 싫어서, 적당하게 귀여운 알록달록을 선호한다. 드라마로 치면 <보건교사 안은영>같은 색감이고, 연예인 인스타 피드로 치면 일본 가수 아이묭 같은 결이다. 한 번 홍대 쪽을 갔었는데, 그 때 들렀던 카페가 내가 딱 원하는 느낌이었다. 역시나, 인기도 좋다.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그 조용한 공간이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이런 예쁜 것이 무엇인지 딱 알아 차리는 눈썰미 정도는 있지만, 예쁜 걸 창조하는 능력은 없다. 사진도 원하는 느낌은 분명한데 내가 그대로 찍어내질 못한다. 그래서 세상에 그런 예쁜 것들을 만들어 내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사장님 부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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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인테리어나 디저트 메뉴들이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예쁘게 생겼으면 핫한 카페가 될 수 있는 듯하다. 나 같은 사람들 때문인가? 한 번은 커피 맛이 그저 그런 카페를 갔었는데, 과일 케이크가 알록달록 예뻐서 나름 만족했다. 친구는 옆에서 커피 맛 없다고 투덜댔지만 커피는 원래 맛이 없는거라니까? 맛있는 음료를 마실려면 달달한 걸 시켰어야지! 커피는 디저트를 곁들일 수 있을 정도만 되면 된다. 나만의 이상한 커피 철학. 커피 애호가들은 뒤짚어지겠지만 어쩌면 그들보다 커피를 사랑하는 건 나 아닐까? 굳이 맛있고 좋은 원두가 아니더라도, 그 커피 그대로를 마실 줄 아는 나. 오늘도 벌써 두 잔이나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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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앤피스커피클럽 인스타그램에서 가져왔는데 괜찮겠죠..?

안 된다면... 된다고 댓글을 남겨 주세요, 사장님. 감사합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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