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도 기생충 쓸 때 카페 세 곳을 옮겨 다니면서 대본을 썼고, 무라카미 하루키도 하루에 오천 자씩 매일 글을 써내려 갔다는데, 내가 뭐라고 글을 안 쓸까. 글을 쓰는데 영 소질이 없는데도 ‘좋은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오늘 쓸 일을 내일로 미룬다. 사실 책을 쓰는 것도 아닌데 뭐가 이렇게 어려울까. 책을 쓴다 치더라고 뭐라도 막 써야지 나처럼 아무것도 안하면.. 그냥 모든 것이 공백일 뿐이지 뭐..
얼마 전에 개그맨 김영철이 한 말을 봤는데, 자기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불편한 걸 두세 개 해야 행복하다고 했다. 일찍 일어나는게 힘들지만 일본어 공부하든지 불편한 걸 딱 하니까 하루가 길고 재미나고 행복하다고. 이거 듣고 — 와 맞아 맞아 — 하고 다음 날 열한 시에 일어났다. 김영철처럼 성실한 것도 재능이다. 아무튼 이제 나도 아침에 불편한 걸 끝내야 겠다고 다짐은 했다.
지금 나에게 가장 크고 불편한 것. 바로 글쓰기. 매일 매일, 아침마다, 시덥지 않은 것이라도 좋으니, 글을 쓰겠다.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나에게 하는 약속이다. 나와 하는 약속을 하도 어겨서 스스로 부끄러운 시기도 지났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약속하고 다짐해야지 뭐. 내일 아침에는 무얼 쓸까나. 이제 이런 후회나 반성으로 범벅된 글 말고, 좀 즐겁고 가벼운걸 쓰고 싶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