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

불안한 글쓰기 5

by 정수히

개인 에세이를 쓰는 게 글쓰기 종류 중에 가장 쉬울 것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안 그렇다. 글의 정교함이나 기술은 필요 없을지라도, 에세이에서 킥인 솔직함을 넣기가 너무 망설여져서이다. 내가 겪은 일을 솔직하게 서술하는 것이 이리도 부끄러운 일이라니.


아무래도 아는 사람이 내 글을 발견하게 될까 그게 가장 두려운 것이겠지. 어? 이거 설마 걔가 쓴거 아냐? 그러다가 글 몇 개 더 읽게 되고 작성자가 나라는게 밝혀지는 그 순간. 그 지인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날 어떤 인간이라고 생각할까? 이런 음침하고 어두운 인간이었단 말이야?


사실 이런 걱정조차 수치스럽다. 내 지인들이 나한테 그렇게까지 관심이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것이. 조회수도 낮은 이 글이 그들에게 닿을 것이라고 상상하는 것조차 자의식 과잉이라 부끄럽다. 독자층이나 더 생기고 이런 말을 하지, 내 글이 뭐 얼마나 많이 읽힌다고!


그래도, 혹시나, 어쩌다가, 나의 사적인 글 공간에 오게 될 지인들을 대비해 너무나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는 글은 안 쓰고자 한다. 저리가! 훠이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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