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 두 문장속 그들의 문화

by ANTONI HONG

한 나라의 문화를 제대로 배우기까지 많은 시간과 경험이 필요했지만, 10년을 넘긴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두가지 문장 표현으로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다. 그 하나는 "Si Dios quiere" (시 디오스 끼에레) 직역하자면, "만일 신이 원하신다면" 이라는 표현이다. 언듯 들으면 별거 아닌 표현이지만, 어떤 상황에서 사용이 되는지를 알고나면 꽤나 특별한 표현이다.


코스타리카에 온 첫해 회사에서 내 업무 중 회사 기사들을 관리하는 일이 있었다. 때론 출장자가 있기도 해서, 주말에 차량 기사가 추가로 필요한 경우가 있었다. 한번은 중요한 손님이 와서, 주말에 꼭 차량 기사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평소 근무 자세가 좋은 기사에게 이번 주말에 일을 할 수 있겠냐고 물으니, 다행히도 흥쾌히 승낙을 한다. 기사에게 근무 시간과 모시게 될 손님에 대해 설명을 하고, 중요한 분이니 늦지 않게 차가 배차 되어야 한다고 당부를 하자, 그 기사는 "Si Dios Quiere (만일 신이 원하신다면)" 하고 답한다. 순간 이 친구 농담하는 건가? 하고 생각했다. 이 친구의 얼굴을 보니, 역시나 옅은 미소를 띠고 있었고, 이쪽 유머가 이런식인가? 하고 넘겼다.


그러나, 이후로 난 이 표현을 수도 없이 듣고 있었다. 약속을 하고 내일 만나자고 하고 헤어질때면, "Si Dios Quiere", 회의 준비를 위해 아침 몇시까지 꼭 와야 된다고 하면, "Si Dios Quiere". 가끔 마음이 조급한 상태에서 그런 대답을 들으면, 그냥 관용적 표현인 것을 알면서도, 불안감이 생겼다. 만일 약속에 늦거나 안오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오로지 신의 뜻이기 때문이기에, 자신을 원망 말라는 함축적 의미인가?


한번은 회사의 현지인 인사과장과 이 표현 "Si dios quiere" 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있다. 무책임함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는 설명.. 사실 현지인에게 질문을 해도, 항상 써오던 사람 입장에서는 그 뜻의 의미를 생각해 본적도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인으로서 그들을 10년 이상 바라본 후 그 표현의 문화적 배경을 나름 유추하게 되었다.


Si dios quiere 와 더불어, 코스타리카 사람들이 아주 많이 쓰는 표현 중 "esta totalmente fuera de nuestro control" 직역하면, 이것은 완전히 우리의 통제 밖에 있다. 즉, 이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라는 표현이다.


한번은 천정에 설치하는 선풍기를 사서, 설치를 하던 중 제품 결함을 발견하여 업체에 가서 교환이나 수리를 요청한 적이 있다. 업체 담당자의 첫 마디가 바로 "esta fuera de nuestro control" 이었다. 아니, 제품에 하자가 있는데 판매자가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이다" 라고 답변하는 건 무슨 경우란 말인가? 아마도, 우리는 제품을 유통하지만, 제조사에서 불량으로 들어오는 물건을 우리가 Control 할 수 없다... 라는 표현이 아니었겠나 싶지만, 예를 들어 우리나라 '하이마트'에서 산 전자제품이 불량이어서 교환을 요청하러 갔는데, 직원이 이건 우리가 어떻게 할수 없는 일입니다! 라고 대답한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실제로 Esta fuera de nuestro control 이라는 표현은 하루에 한번 이상은 꼭 듣게될 정도로 자주 쓰이는 표현인데, 한번은 아이들 학교에서 물이 안나와서 점심시간 이후 퇴교를 실시한 적이 있는데, 학교에서 보낸 공식적인 입장문에도 "시에서 지역내 물탱크 공사가 있어서 물공급이 안되었고, 학교 물탱크 저장된 물은 이미 다 사용해 버려서 학생들의 퇴교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이건 Esta fuera de nuestro control 입니다." 라고 공지가 되었다. 물론, 물탱크를 현재 즉시 교체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말이라도 "물탱크 시설 증대를 검토해 보겠다" 거나 "어떤 대책을 강구해 보겠습니다" 정도의 언급은 할 수 있는 것이다. 사실상 계획이 없더라도, 무언가 상황을 해결해 보려는 노력은 한국인들에게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일 것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면, 한국 사회에서 "이건 어쩔수 없는 일이다" 라는 식의 변명이나, 회피성 표현은 매우 조심스럽게 사용되는 것 같다. 적어도,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이 그런 표현을 자주 사용하는 것은 별로 들어본 적이 없었다.


사실 코스타리카를 떠나, 스페인어 표현 자체에도 무언가 회피성 노력이 보이는 경우가 있는데, 무언가를 깜빡 잊었다. 라는 표현은 Se me olvidó 라고 표현을 하는데, 이 표현을 직역하자면 나에게 그 것이 잊혀졌다. 즉, 그것을 잊은 것이 나의 능동적 활동이 아니라, 잊어버린 대상이 주어가 되어 잊혀졌다. 라는 식의 표현을 하는 것이다. 책임의 주체가 내가 아니다 라는 식의 표현으로 이해된다.


아내와 나는 가끔 왜 이곳 사람들은 '미안하다' 라는 말을 잘 하지 않을까? 왜 그들은 늦어도 부끄럽거나, 미안해 하지 않을까? 항상 차가 많이 밀려서~ 이유를 말하는데 급급할까? 이러한 경험들에 대해서 서로 자문을 해 보는데, 결국 Si dios Quiere 그리고, esta fuera de nuestro control 이 두 표현에 그들의 문화와 삶의 철학이 아주 잘 녹아들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코스타리카 생활 초반, 그들의 문화를 최대한 배우고자 했던 시절에는 특별히 거슬리지 않았던 이런 표현들이, 이제 이곳에서 사업을 하고 여러 상황을 거치게 되면서, 나의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바뀌게 되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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