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는 국민들에게 무상 의료 복지를 제공하는 나라이다. 공공 의료시설에 가면 본인 부담율이 0% 다. 코스타리카 사람들에게 이러한 의료 복지 시스템은 매우 중요하면서도, 자랑스러운 제도라 생각한다. 의료 복지를 100% 실행하기 위한 재원 마련은 코스타리카에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내야하는 사회보장보험 요율 26.67% (2025년 기준) 를 보면 이해가 된다. 물론, 이는 건강보험 (9.25%) 외에 연금 등 각종 복지 혜택을 포함하지만, 유럽의 나라들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 글로벌 탑 수준이다.
근로자들 입장에서는 이러한 사회 복지 혜택은 매우 든든한 것이겠으나, 기업가들 입장에서는 그 부담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만일 한명의 직원의 급여가 (월 기준) $850 정도라면 $227 사회보장비 추가되니, 코스타리카에서 사업을 할때 직원 한명당 총 급여 비용은 최소 1천불 이상이 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 비용이 아니다. 이곳의 근로자들은 조금만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다. 현지에서 식당업을 하는 나는 배가 아파서 병원에 가야 한다는 직원들의 연락을 받는 것이 일상이다. 그것도 식당의 오픈준비를 해야 하는 10~11시 사이에 갑자기 통보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사실 난 20살 이후 배가 아파본적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을 정도인데, 이곳 현지인들은 배가 아픈 경우가 너무 많다. 물론, 위생이 별로 안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배가 가끔 아플수도 있겠으나, 본인들 끼리도 아마도 어제 술먹고 숙취로 안나오려 하는 것 같다고 말하곤 한다.
게다가, 공공의료시설 의사가 Incapacidad (병가) 을 부여하면 기업은 근로자에게 (일)급여의 50% 만큼을 최초 3일간 주어야 하고, 이후로는 사회보장보험에서 병가가 끝날때까지 50% 지급하게 된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병가는 아주 좋은 휴식의 수단이기도 하다. 내 회사의 직원중에는 거의 6개월 넘게 매달 3일씩 병가를 쓰던 직원도 있었다. 병가 사유는 매번 '복통' 이었다.
문제는 이런 높은 사회보장보험의 혜택 외에도, 코스타리카에는 아주 든든한 노동부가 존재한다는 것이 기업가들에게 매우 어려운 환경을 만든다. 코스타리카의 노동법은 그 기반의 스페인 식민시절부터 영향을 받았기에, 그 결과 자연스럽게 노동자 보호를 최우선시하는 ‘유럽식’ 노동법 모델을 닮게 되었다. 이러한 제도적 배경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직원 관리에서도 섬세한 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병가를 자주 가는 직원에게 의심스러운 눈길을 보내거나 불필요한 언급을 하는 것조차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하거나 차별로 비칠 수 있는 작은 행동 하나가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결근 혹은, 병가가 잦은 현지인들의 특징 때문에, 근무 인원은 항상 백업용 추가인원을 생각해야 하는 상황이고, 이는 결국 사회보장보험 부담을 고려한 추가 인원 채용이라는 쉽지 않은 결정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는 딜레마를 겪게 된다.
그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사회보장보험이 중요하게 쓰이는 경우가 더욱 많겠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너무 만연한 것이다. 게다가 사회보장보험 요율이 너무 높다보니, 자영업자들의 경우 그 부담이 워낙 커서, 신고를 안하는 경우도 많고, 이를 감시하는 사회보장보험 공단 (CCSS) 에서 불시 검사를 하는 경우도 많은데, 내 경우에는 거의 1년에 4번 까지도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경험도 있다. 그 자료 제출 요청이라는 것이 모든 직원들의 최근 6개월 급여 지급 내역, 은행 송금증, 근로 계약서 등등 상당히 방대한 자료를 요청하는데, 그러한 업무에 나름 익숙한 나의 경우에도 한 일주일은 틈틈히 준비해야 하는 양이다.
결론적으로 코스타리카의 100% 의료 복지는, 위에 언급된 사회적 비용/문제들을 사기업들이 대부분 떠 안아야 하는 구조안에서, 특히 자영업자나 소기업들의 경영 환경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고, 궁극적으로 이 나라의 경제 발전의 가장 큰 저해 요소 중 하나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