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조금만) 일하는 사람들

오늘도 그들은 노동부에 간다.

by ANTONI HONG


2015년 코스타리카에 처음 와서 근무했던 한국 회사에서 난 관리 총괄이란 포지션의 업무를 했다. 총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여러 역활을 담당 했고, 그중 HR 인사 업무도 포함했다. 현지인 인사과장의 보고를 받는 자리였는데, 그로 인해 자연스레 현지 노동법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코스타리카는 노동자 보호 정책이 상당히 잘 되어 있는 나라라서, 노동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현지에서 사업을 하면서 아주 작은 문제도 큰 문제가 될 수 있는 곳이다. 노동부 (Ministerio de Trabajo) 의 문은 노동자들에게 아주 활짝 열려 있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있으면 노동부를 방문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노동법에 대해서도 아주 빠삭하게 잘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자신을 보호하는 것을 넘어 어떻게 고용주를 공략(?)할 수 있는지를 잘 알고 있는 것 같다.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우리는 노동부와 가까워지기 위한 노력을 많이 했다. 왜냐하면 당시 노동부 공무원들에게 한국 회사들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가 존재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8~90년대 코스타리카에는 많은 한국 봉제회사들이 진출했는데, 많은 한국 회사들의 현지인 근로자들이 노동부의 주요 고객이었던 것이다. 당시 중미 주변국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온두라스 등) 에서 크게 성장했던 한국 봉제회사들이지만, 코스타리카에서 만큼은 노동부의 매우 노동자 편향적인 관리·감독하에 경영적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높은 인건비로 인해 생산성이 떨어진 대부분의 한국회사들은 90년대 말 철수했다고 한다. 따라서, 2015년 다시 한국 회사가 들어왔을 때, 과거 봉제회사들과 근로자 간 분쟁의 경험을 잘 알고 있는 노동부는 색안경을 쓰고 한국 회사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각 나라의 노동법은 노동자를 보호한다는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겠지만, 대상자인 노동자의 근무 태도와 노동부의 성향은 나라별로 차이가 많을 것이다. 코스타리카의 문화를 대표하는 말 “Pura Vida”(직역하면 ‘순수한 삶’) 는 그들의 삶에 대한 철학, “괜찮아, 다 잘될 거야” 정신이 녹아 있다. 즉, 어떤 일을 할 때도 느긋하게 하는 모습이 삶에 베어 있고, 일을 열심히 하는 것을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니다. 게다가 많은 코스타리카인들이 고등교육을 받지 않은(졸업률 60% 이하) 경우가 많고, 가난으로 인해 삶의 환경이 좋지 않은 경우도 많다 보니, 취업을 해도 착실하게 일하는 경우가 드물다. 결국, 노동 품질이 결코 좋은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한 분위기에 더불어 코스타리카 노동부의 매우 노동자 편향적인 시각은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코스타리카의 노동법은 1943년 제정된 이래, 가장 최근 2016년에 무려 17년간의 협상 끝에 348개 조항을 수정하는 노동 절차 개혁을 마무리했지만, 핵심 변화는 차별 금지, 임산부 보호 등 여전히 노동자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는 측면만 강조할 뿐, 기업가들이 기대하는 어떤 상호보완적 측면의 개정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어떻게 보면 “뿌라 비다” 측면의 방향성과는 일관되게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거의 해소하지 못한 반쪽짜리 개혁이었던 것이다.


식당을 운영하면서 여러 직원들과 함께 일하면서 정말 다양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한번은 식당에서 서빙과 고객응대를 하는 직원 한 명이 다양한 말썽을 부려서 골치가 아팠던 적이 있다. 예를 들어, 가게 영업 종료까지 충분한 시간이 남았는데도 영업이 종료했다고 손님을 되돌려 보내는가 하면, 근무 중 술을 마시고 냄새를 풍겨서 손님들의 지적을 받은 적도 있었고, 지각은 기본이고, 궁극적으로는 동료들과도 마찰이 많았다. 매번 문제가 있을 때마다 난 변호사와 상담하고 그 직원을 해고(근로자 책임) 하는 방법을 강구했지만, 변호사도 현지 노동부의 판단이 워낙 노동자 편향적이어서 위험 부담이 있다는 말만 반복되었다.


현지 변호사들도 노동부의 판단에 대해서는 매우 보수적 입장을 고수한다. 예를 들어, 근무 중 술을 마신적이 있다는 부분과 관련하여 오히려, 그가 알콜중독 일수도 있음을 고려하여, 해당 직원이 알콜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결론날 수도 있고, 만일, 성급하게 해고를 단행한 경우, 해고일로부터 노동부의 최종 판단이 내려지기까지의 기간 동안의 임금을 소급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또 한 번은 요리사 한 명이 아내가 둘째 아이를 출산한 뒤 2~3개월쯤부터 어깨 통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근무 중 한쪽 구석에서 낮잠을 자기도 하고, 업무 실수가 반복됐다. 둘째가 태어나고 육아로 인해 피곤하겠지? 하는 생각에 특별히 그 직원을 추궁하지 않았지만, 어느 날 해당 직원은 산재 (산업재해)로 병원에 가게 해 달라고 요청을 하는 것이다. 당시 그 직원의 어깨가 아픈 것은 아내의 둘째 출산 후 육아를 함께 하면서 시작된 것으로 나뿐만 아니라 동료 직원들도 이해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산재로 병원을 가게 해 달라니 어이가 없었다. 지속된 요구에 결국 산재 처리에 응해줬고, 평소 그의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산재 보고서를 작성해 INS(산재보험공단)에 보냈으나, 담당 의사는 우리의 기록을 검토 후 요청을 거절하였다. 요리사가 어깨가 아플 만한 업무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이유였다.


해당 직원은 산재보험공단으로부터 요청이 거절당하자, 책임의 화살을 나에게 돌리기 시작했고, 노동부까지 찾아가서 무료 변호사를 선임받아 우리 식당에서 일을 지나치게 많이 시켜서 어깨가 아프다는 식의 고소장을 접수했다. 정말 어이가 없었다. 결국, 그에 대한 대응을 위해 ‘산업안전’ 전문가를 섭외해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분석하게 하고, 최종 리포트를 우리 측 변호사에게 제출해 대응을 하였고, 결국 회사는 ‘책임 없음’ 판결을 받았다. 결과가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었지만, 그때까지 소요된 산업안전 전문가 비용과 변호사 비용은 어디까지나 회사의 몫이었다.


사실 해당 직원은 우리 식당의 1호 채용 직원으로, 나름 특별한 관심을 주었던 직원이었다. 그의 아들이 식당에 놀러 왔을때 용돈까지 준 적이 있었고, 가능한 선에서 도움을 주고자 했던 직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지막이 좋지 않아 결국 우리 부부의 현지 직원들에 대한 생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고, 현지인 직원들에 대한 인간적 관심을 끊게 만들었다. 문화적·현실적 차이가 큰 그들이기에, 우리가 생각하는 상호 간 신뢰와 예절 등은 기대하기 어렵다.


코스타리카 노동부의 존재가 노동자들에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는 있겠지만, 그들에게 올바른 의식을 심어주지는 못 할것으로 보인다. 노동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수행되는 그들의 역할이 여러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사실을 코스타리카 사람들 또한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것 역시 오랜 시간 형성된 코스타리카 사회의 한 단면으로서, 그들 삶의 철학의 일부라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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