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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by 조롱

껌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사람이 씹는 껌과 사람이 씹었던 껌.

사람이 씹는 껌은 네모반듯한 모양에 각양각색의 자기만의 색과 맛이 보존되어 있어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준다.

하지만 사람이 씹었던 껌은 조금 다르다.

그것들은 온 사방 천지에 사람들의 이빨 자국이 나 있으며 맛은 고무와도 같고 색 또한 바라있다.

사람들은 씹었던 껌을 보며 인상을 찌푸리거나 바닥과 물아일체가 된 시커먼 껌을 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어떤 껌이 더 아름다운 껌인가.

자신의 역할을 끝마친 채 자유롭게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바닥의 껌이 아름다운 껌인가.

아직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한 채 포장지 안에서 빳빳이 잔뜩 긴장하고 있는 껌이 아름다운 껌인가.

더러워지고 모양이 찌그러진 것은 낙오된 것이 아니다.

그저 자신의 사명을 다해냈다는 흔적이다.

우리는 자신의 찌그러짐과 더러움을 보며 패배를 떠올린다.

그러나 그것은 패배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우리의 일을 해냈다는 흔적이다.

그러니 상처와 흉터를 창피해 말자.

우리는 자유로이 누워 하늘을 우러러 바라볼 자격을 얻은 자들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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