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03
해가 가장 눈이 부신 순간은 석양이 지는 순간이다.
해는 낮이 되면 한사코 하늘 꼭대기에서 세상을 밝게 비추다가
밤이 되면 남들도 모르게 스르르 사라진다.
그런 해도 자신을 가장 밝게 빛낼 때가 있다.
바로 하늘에서 내려올 때이다.
한 없이 높을 때는 쳐다볼 엄두도 못 내다가
하늘 꼭대기에서 내려올 때서야 같은 눈높이에서 한번 인사를 한다.
그런 해를 보며 나는 살아 있음을 느낀다.
있는 듯 없는 듯 찬란하게 주위를 빛내다가
마지막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해.
나도 가끔은 그런 찬란한 인생을 꿈꾸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