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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화지

by 조롱

감사함이란 거대한 하얀 도화지와 같고 걱정이란 도화지에 있는 작은 티끌과 같다.
우리는 때때로 하얀 도화지가 완벽하지는 않은지 확인하려 도화지를 코앞에서 들여다보며 티끌에 집중한다.
하지만 새 하얀 도화지에 티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도화지가 완벽하지 않다며 불평하곤 한다.
도화지는 어느 일반 도화지와 같다.
작은 티끌과 도화지의 완벽성에 집중하느냐,
거대한 하얀 도화지를 펼쳐 그림을 그리며 작은 티끌들을 덮어버릴 것인가는 작가의 몫이다.
나는 때때로 도화지의 티끌에 집중하느라 내가 가지고 있는 도화지가 하얀색이었는지 점박이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나는 어쩌면 도화지속에 고개를 푹 박고 살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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