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몇 번이나 글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한 끝에
천천히 글을 써 내려갔다.
그 글에는 어떠한 감정도 실려있지 않았다.
그저 들끓는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한
어떤 반복적인 손놀림일 뿐이었다.
입으로 소리 내어 말하기를 잊어버린 그는
말과 가장 비슷한 글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감정은 너무 복잡하고 기괴하여
그 모든 감정을 글로서 표현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계속 써 내려갔다.
그것이 유일하게 그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호흡기였다.
그는 숨을 쏟아내듯 글을 적은 뒤 펜을 손에서 놓았다.
그것이 그의 마지막 불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