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7
내 서재에는 아직 다 읽지 않은 책들이 여러 권 꽂혀있다.
왜 다 읽지 않고 책을 계속 사느냐고 물어보면 책 편식이 심하다고 답하곤 한다.
물론 나도 책을 아예 생각 없이 사는 것은 아니다.
초반부 몇 페이지나 책 후기를 열심히 읽어보고 산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면 너무 같은 내용이 반복되거나 생각했던 내용과 다를 때면 도중에 책을 책꽂이에 꽂아두곤 방치한다.
(그런 면에서는 어쩌면 나는 고집 있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다 다른 책을 탐하거나 예전의 책을 다시 읽게 되면서 서재에 다 읽지 않은 책들이 쌓이게 된 것이다.
책은 음식과 비슷한 부분이 참 많다.
첫 입을 먹었을 때 맛이 없으면 손도 대지 않는 것부터 도중에 물리면 한동안 찾지 않는 것까지 책과 음식을 비유하면 끝도 없을 것이다.
요즘에는 책 다운 책을 전혀 읽지 않고 있는데 어쩌면 글자를 너무 많이 봐서 글자가 목에 걸린 건 아닐까 하는 상상도 해보곤 한다.
그렇게 다 읽지 못한 책들을 살펴보다 문득 서재의 책 대다수가 삶과 죽음에 관련된 내용의 책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가 책을 다 읽지 못했던 이유가 답이 없는 이야기를 자꾸 책에서 찾고 실망했던 건 아닌가 싶다.
책의 맛에는 문제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문제는 책을 맛보는 내 식성일지도 모른다.
없는 맛을 찾으며 계속 먹다 뱉으며 불만을 토했던 것이다.
세상에 딱 맞는 입맛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나와 조금은 달라도 억지로 먹을 때도, 처음에는 잘 맞더라도 나중에 물릴 때도 있다.
나는 그 사실을 되새기고 다시 서재를 살펴보았다.
아직 반밖에 읽지 않은 책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마 중간에 또 그만둘지 모르지만 나의 고집적인 식성을 알았으니 이번에는 고집을 조금 꺾고 책을 다시 읽어볼까 한다.
이번에는 편식이 조금 고쳐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