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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2025.02.25

by 조롱

눈을 감고 있으면 기억의 편린들이 머리 위로 쏟아진다.

그렇게 쌓인 조각 난 편린들은 어느새 내 몸집보다도 커져 나는 그곳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다.

그곳은 마치 블랙홀 같아서 생각을 하면 할수록 나는 점점 더 빨려 들어간다.

블랙홀의 중심에 이른 나는 어느새 자신을 잃어버리고 더 큰 기억들과 마주한다.

거대한 우울이 내 몸을 휘어 감고 후회가 나를 채찍질한다.

이미 끝난 일들이지만 그 일을 여전히 기억하는 내가 한심스럽다.

그렇게 나는 이 기억 저 기억 속에 끌려 다니다가 번뜩 눈을 뜬다.

방 한켠에서 들리는 째깍 거리는 시계소리가 현실감각을 뚜렷하게 한다.

아무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걸 깨달은 나는 한심함에 얼굴이 붉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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