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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Oct 24. 2023

4학년-아이들 물음에 답하다

이젠 땅의 세상에서 살려고 하다

기원전 60년경, 이탈리아 로마의 젊은 장수였던 시저는 주변국을 정벌했던 왕이었다. 젊은 장수 시저가 게르만을 정복하고 군사들을 데리고 돌아오다 로마에서 200km 정도 떨어진 지역에 있는 작은 강인 루비콘 강 앞에 서서 강을 건너야 할지를 고민한다. 로마의 법에는 장군이 군사들을 데리고 루비콘강을 건너는 것을 법으로 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고대 로마 사람에게는 루비콘 강이 흐르는 지역은 그 시대의 왕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경계를 표시하는 것이었다.

  루비콘 강 위쪽에 살고 있었던 다른 나라 민족이나, 왕들이 로마로 오기 위해서는 그 강을 건너야 했다. 루비콘강을 군사를 데리고 건너오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독재정치를 하려는 위험한 사람을 뜻하는 것이었다.

  로마에서는 그의 정적들이 그를 죽이려고 모의를 하고 있었다. 시저는 로마 공화국의 명령에 따라 전쟁에 나가 커다란 성과를 내었다. 전쟁에서 승리 후 로마로 돌아온 내부 사항은 썩어 빠진 세상이었다. 시저 내면의 갈등은 이탈리아로 돌아가 공화국 장수로 있을 것인가 아니면 새로운 세계를 개척할 것인가를 루비콘이란 작은 강 앞에서 머뭇거린 것이다.

  루비콘 강에서 시간을 가진 시저는 이윽고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하고 자신의 군대 사람들을 이끌고 루비콘강을 건너 로마로 진격하여 정복한다. 루비콘은 시저가 황제가 되기 전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오다가 로마로 들어가는 그 강가에서 고민을 하게 되면서 생긴 일화로 ‘돌아올 수 없는 경계선’의 뜻을 담고 있다.

  9-10살 이전의 어린이는 바깥세상의 안정과 신뢰 속에서 살아왔다. 자기와 주위환경을 구별할 줄도 모르고 아직도 자신을 전 세계에 속해 있는 것으로 느낀다. 그러기에 9-10세 이전 시기 교사는 의인화된 방법으로 수업을 해도(식물과 동물을 마치 인간인 것처럼 언급해도) 어린이들은 전부 이해한다.

  9살 이후에는 ‘세상’과 ‘나’가 분리되기 시작하며 이제 ‘나’와 ‘환경’을 구별하게 된다. 어린이는 자신을 나로서 느끼고 주위환경을 나에 속하지 않는 외부적인 어떤 것으로 느끼게 된다.

  9-10세 시기의 어린이는 바로 이런 시저의 내면적인 상황과 공통적인 면이 있다. 시저도 처음에 로마가 안정된 상태에서 잘 알지 못하는 주변국을 정복하고 왔을 때 완전히 다른 나로서 서 있는 것이다. 처음 떠날 때 이 세상의 질서를 잘 몰랐지만 그 모르는 세상을 정복(알고)하고 나서 시저는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되었다. 시저의 상황이 9-10세 어린이의 내면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9-10세에 어린이의 내면에 불안함으로 물음점들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밖으로 향해졌던 눈이 이제 자기 내면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 내면적인 분리가 일어난 것이다. 인간 내면으로 들어오는 첫 시기가 바로 루비콘 시기(9-10세)인 것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은 우리들에게 잘 가르치는데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잘 가르칠까를 궁금해한다. 그러면서도 이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해한다. 아이들 의식의 눈이 점점 땅의 세상 쪽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물음점에 대하여 교사는 대답해 주어야 한다. 지적인 방식이 아닌 은유적이며 생동감 있게 실질적으로 어떻게 세상이 만들어졌는지를 보여 주어야 한다.

  대장간 수업과, 직조 수업은 그 물음에 대한 해답들을 제시해 준다. 55년 대장간 일을 하신 대장장인 선생님을 보러 가기 위해 손이 하는 일들을 공부한다. 그리고 대장장인 할아버지의 망치와 기계들, 그리고 거친 손들을 만져 본다. 한 몸으로 움직이는 망치와 집게들을 보고 그들은 마치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도록 보여 준다.

  조그마한 쇳덩어리가 불에 달구어진 예쁜 오렌지색 쇠를 보고 아름다움을 느끼며, 50년 된 기계망치에서 납작하게 눌러지며 두께를 골고루 펴지게 하며 시뻘겋게 달궈진 쇠가 망치 두드림에 불꽃을 튀며 길게 펼쳐지는 쇳덩어리를 보면 놀라워하며 감탄을 한다.

   호미의 손잡이가 되는 부분을 만들고 나면 기계망치로 호미 머리되는 부분을 넓게 펼친다. 그리고 다시 쇠를 달궈 작두로 호미날을 만들기 위해 종이처럼 오린다. 손잡이를 불에 달궈 예쁘게 휘어지게 만들며 손잡이에 끼워 튀어나온 쇠를 30년 된 할아버지 망치로 두드려 고정시켜 선물로 준다.

  할아버지의 거친 손과 할아버지의 오래된 망치를 잡아 보고 나는 호미를 만들었다. 아, 세상도 역시 이러한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구나! 인간의 손을 통해 세상은 창조되었음을 아이들은 어렴풋이 알며 대 만족감을 느낀다.

  직조 역시 마찬가지이다. 실을 통해 하나하나 엮어 완성된 직조천을 이용하여 리코더집을 만든다. 아름답게 만들어진 리코더집은 감상이 아닌 실제로 실생활에 쓰일 수 있도록 아름다운 리코더 악기가 살 집을 만들어 주면 아주 기뻐한다. 세상은 이렇게 손의 노력으로 아름답게 쓸모 있게 세상을 만들 수 있음을 바로 루비콘 시기 아이들에게 보여 주어야 한다.

  4학년은 아이들 자아가 들어오는 시기이다. 도덕성이 발달이 되는 시기이기에 교사의 역할이 무엇보다도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선생님이 땀 흘리는 모습을 보여 주어야 아이들 자아에 도덕성에 영향을 주어 평생을 간다.

  말이 씨앗이 될 수 있도록, “착한 일을 탐내서 하고 나쁜 일은 즐겨하지 않는 어린이” 될 수 있도록 날마다 아침인사말로 시작한다면, 아주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탐내서 좋은 일을 하겠다며 난리이다. 죽는 날까지 이러한 착한 일을 탐내서 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4학년 담임교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아이들 발달이 진리라면 그 진리를 향해 아이들 발달을 향해 같이 동참하며 배우며 가르치는 교사는 정말 외로울 것이다. 슈타이너는 진리를 향해 용기 있게 걸어가는 교사는 외로울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러한 외로움이라면 교사 생활 끝날 때까지 계속 함께 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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