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인을 찾아갔다가 만나지 못하다
시가 된 이야기
松下問童子 소나무 아래에서 아이에게 물어보니
言師採藥去 말하기를, 스승님께서는 약초 캐러 가셨습니다
只在此山中 다만, 이 산중에 계시기는 하온데
雲深不知處 구름이 깊어서 계신 곳을 찾을 수 없나이다.
∙ 가도(賈島) ∙
가도(賈島)가 쓴 시가 눈에 들어와 한참 동안 읽고 또 읽었다. 동양화 분위기의 선시 느낌이 난다. 주고받는 이야기가 눈앞에 그림이 그려질 정도로 정겹다. 3학년 국어 시간에 한 아이와 주고받으며 쓴 시가 생각이 나 가도의 시가 더 정겨웠나 보다.
눈이 와 집 앞마당을 치우고
할머니 잘 가는 장독대에 눈도 치우고
이웃집 할머니 집 가는 길도 눈 치우는데
할머니가
할머니 가는 길 알고 참으로 눈을 잘 쳤구나 했다.
도인을 찾아갔다가 만나지는 못했지만 동자랑 주고받는 대화와 눈을 쓸고 있는 아이를 본 할머니와 정겹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둘 다 마음이 흐뭇하고 마음에서 그림이 그려진다. 2학기 때 아이들과 이런 문답으로 시를 만들어야겠다.
선문답이 별 건가? 순수한 정신성에서 멀어져 물질욕에 더 많이 사로잡힌 나보다, 아이들은 물질세계보다 정신세계에 더 오래 있었던 선배들인데. 그들의 삶에서 보고 들은 아름답고 순수한 것들을 마음으로 끌어내 주게 하는 것이 선생의 역할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