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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Oct 30. 2023

칠판

칠판으로 수업하는 마지막 세대의 교사

학교 교실 내에서 쾌적하고 안전한 교육 생태 구축을 위해 칠판을 없앤다고 한다. 뉴스에서는 분필 가루가 피부를 통해 학생들에게 각종 질환을 유발하기 때문에 교체한다고 한다. 칠판의 효용성을 일찍이 알아본 발도르프교육에서는 칠판과 색분필을 아주 유용한 학습 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예술적으로 다양하게 표현되는 칠판에 그림도 그리고 글씨도 쓰고 지도도 그리는 등 아이들에게 시각적 효과가 매우 크기 때문에 칠판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색분필로 칠판에 정성으로 그린 글이나 그림을 보고 감탄하며 즐거워하는데 칠판이 없다면 어떠한 방법으로 가르침에  열정을 보이게 하라는 말인가? 칠판에 오늘 배워야 할 그림이나 글을 통해 아이들은 우리들을 위해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린 것을 보고 선생님에게 존경을 표현하기도 하는데 말이다.

숫자 6에 대한 칠판그림



칠판에 그려진 그림과 함께 잘 만들어진 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며 칠판에 그려진 그림도  글도 잘 따라 나타낸다.

비는 하늘과 땅을 이어줍니다(모음 ㅣ 칠판그림)

 

인터넷 동영상 자료들을 보여주거나 아이들에게 인터넷으로 자료를 조사하여 파워포인트로 만들어 발표해 보라든가, 학습지를 내주며 너 생각을 쓰라 하는 활동으로는 존경할 만한 요소들이 아니다. 초등학생에게 있는 지성을 강제로 밖으로 끄집어내기 때문에 배움을 지루해하고 힘들게 하게 한다. 여물지도 않은 지성을 빨리 사용함으로써 중고시기에 배워야 할 지성적인 힘들을 지치게 만들어 배움에 대한 흥미를 더 잃게 만든다. 


  칠판 그림과 함께 나타난 그림을 통해 교사의 이야기를 들으면 아이들 내면은 각자 각자의 다른 상상력들이 생긴다.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얼마나 잘 들려주느냐에 따라 상상력은 극대화된다. 초등시기의 교육은 이러한 각자 생겨난 상상력으로 수업해 나가야 한다. 배움이란 바로 이러한 능력을 발생시키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을 만났을 때 아이들은 선생님을 좋아하고 열광하게 된다. 교사의 권위는 존경의 표현이다.


  현재 교실에 있는 녹색칠판은 광택이 나 있어 색분필이 잘 먹히지 않는다. 색분필가루가 광택으로 흘러내린다. 광택이 없는 흑칠판이 녹색칠판보다 색분필이 더 선명하게 나타낼 수 있다. 가지고 다니기 좋게 이동식 칠판을 방학을 이용하여 흑칠판용 페인트를 사서 발라 쓰면 오래 사용할 수 있다. 물걸레로 닦아 먼지도 날리지 않는다. 글씨와 그림도 선명하게 잘 보인다. 흑칠판에 그림을 그리고 글씨도 예쁘게 쓰고 수학 문제도 멋있게 색분필로 나타내면 아이들은 집중을 잘한다. 아이들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잘 관리하여 멋지게 칠판을 이용한 예술적 수업을 하면 그만큼 교육효과가 크다.


  교육을 다시 시작하라 한다면 모든 방향의 키를 예술적 방법으로 하겠다는 슈타이너의 말에 전적으로 공감한다. 지성적으로 접근하는 방법은 아이들 뇌를 하얗게 질식하게 만들며 아무 생각 없이 만들게 한다. 


  올해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전 학년에 전자칠판이 들어온단다. 교육방송 인터넷 강의하듯 지성적으로 수업이 변할 것이 뻔하다. 나에게 칠판은 가르침에 있어 중요한 도구였다. 내 초등학교 시절은 흑칠판이었다. 교사가 된 처음 시작은 녹색칠판이었다. 화판에 도료를 덧칠한 화판이었다. 그러다 녹색칠판에 화판이 아닌 철판을 사용하여 자석을 붙일 수 있도록 해 좀 더 튼튼하게 만들어졌다. 때론 화이트보드도 함께 사용되기도 하였다. 교실마다 분필보다는 보드마카가 더 많기도 하였다, 칠판으로 수업하는 마지막 세대인 것 같다.


지금은 전자칠판 시대로 왔다. 컴퓨터에서 전자칠판으로 연결되어 글도 그림도 화면으로 보여 준다. 시대가 빨리 변할수록 학교는 천천히 갔으면 좋겠다. 학교에서의 예술적 표현 방식수업은 끝나 버린 느낌이다. 컴퓨터만 잘 다루기만 하면 된다.  발도르프 학교에서의 칠판은 선생님이 게을러지지 않도록 수업준비를 해 나가는 주요 학습자료이며 그런 자료가 아이들에 존경의 대상이 되는 것에 주목을 해야 한다. 첨단 시대를 달리는 이시대에 느리게 가는 발도르프교육이 왜 주목받고 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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