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관사 앞에 상추, 고추 심었던 고랑에 비닐 걷어 내고 삽으로 땅을 뒤집고 갈퀴로 고른 다음 알타리를 심었다. 9월 초에 심어야 했던 알타리를 중순에 심었으니 계절상 조금 늦었다. 부인께서는 종묘상이 아닌 것에서 산 씨앗이라 맛이 없을 것 같다 하며 제대로 싹이 나올까 걱정한다. 씨 뿌린 후 물도 주고 집에 오고 나갈 때마다 싹이 났나 살펴도 보며 지극 정성이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자국 소리 듣고 큰다고 한다.
농부가 가꾸는 주변 고랑은 반질반질하다. 잡풀 하나 보이지 않는다. 농부는 식물과 땅과 기운과 우주의 힘과의 교감을 통해 세상과 하나가 되는 직업이다. 그렇게 우주의 질서에 맞게 사는 사람을 도인이라 하지 않았던가?
도시적인 것에서 사는 삶이란 tv, 핸드폰, 인터넷의 기계적인 삶이다. 인간 리듬에는 맞지 않는 요소들이다. 교감이 오지 않는 삶은 자연과 합일을 이루지 못함으로 자신의 불이해로 뭔가를 찾기 위해 계속 자극적인 삶을 살게 되는 것 같다. 화, 분노, 폭력, 무기력 같은 영혼적인 병이 그래서 생기는 것 같다.
월요일이면 다시 관사로 가게 되며 살짝 얼굴만 비추어 주던 알타리가 얼마만큼 컸는지 기다려진다. 초승달이 있던 날 심은 씨앗이 점점 보름달로 갈수록 씨앗의 힘도 달처럼 크고 강해져 잘 자랄 것이다. 우주의 기운이 함께 식물 속에 잘 전달되도록 물을 제때 잘 주어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