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아름답다
금요일 4,5교시에는 예술 수업으로 습식수채화를 한다. 젖은 종이에 물감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펼쳐내는 색의 세상은 아름답다. 사람의 몸에 영혼과 정신이 섬세하게 스며들어 나를 살게 하듯 색은 젖은 종이에 아름답게 펼치며 세상의 분위기를 만들어 느끼게 만든다.
빨강, 파랑, 노랑, 주황, 초록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체험해 본다. 색 분위기를 통해 색이 가지고 있는 속성들을 체험해 나간다. 수채화 활동은 2-3분 정도면 금방 끝나지만 준비하는 데에는 20-30분 소요된다. 그 2-3분이 완전히 몰입하게 한다. 몰입의 증거는 숨소리이다.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
" 얘들아, 노랑은 사랑스럽고 가벼워 보이며 신선하고 날아갈 것 같은 색이야. 그런데 노랑은 한 곳에 머물지 않고 사라져 버리려고 한단다. 노란 해님을 보면 눈이 부셔 그러면 우리는 깨어 있게 되지. 어떤 노랑을 보면 따뜻하게도 보이기도 하지만 차갑게 보이는 노랑도 있단다. 여기 도화지 전체에 노랑으로 그렸는데 어떤 것이 오면 어울리지? 사막 같은 분위기지? 그래, 피라미드가 오면 좋을 듯해."
빨강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를 배경 그림을 통해 보여 주면 빨강이 가지는 특성을 알아간다.
빨강, 파랑, 노랑을 경험하고 조화롭게 두 가지 색으로 (빨강+파랑, 빨강+노랑,...) 그리고 세 가지 색으로 색을 체험해 나가며 어떤 색들이 어울리는지를 알아 나간다. 이렇게 체험해 나간 예쁜 수채화 종이가 한가득이다.
아이들에게 말린 수채화 종이를 가위로 모서리를 예쁘게 오려 책갈피로 사용하게 했다.
좋은 종이에 예쁘게 색 물든 종이를 버리는 게 아까워 어디에 쓰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책을 빌리는 시민들에게 책갈피로 사용하면 좋아할 것 같아 지역 도서관에 기부하기로 했다. 절단기로 작게 자르고 나니 양이 엄청나다. 부인과 가위를 들고 둥글게 모서리를 자르고 나니 예쁜 책갈피가 되었다.
새로 온 학교에서는 아이들과 수채화로 그린 종이를 잘게 잘라 아이들이 모서리를 둥글게 자른 수채화 책갈피를 학교 도서관에 기부하였다. 책을 빌리러 온 아이들은 책갈피 예쁘다고 몇 개 가져가도 되냐고 묻는다. 아이들은 얼만 큼 책갈피가 남았는지 확인도 하고 책갈피를 골라 가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기뻐한다. 내가 만든 것을 남들이 가져가 사용하니 흐뭇해한다.
습식수채화 수업을 하다 보면 학령기 아이들은 색의 세상에서 살고 싶음을 확실하게 느낀다. 색을 통한 배움이 효과가 좋다면 가르침의 방법을 색을 이용해 예술적 방식으로 교육해야 하지 않을까? 아이들 발달이 색과 함께 살고 싶어 하는데 그 발달에 맞추어 교육된다면 아이들은 배우는 것을 좋아할 것이다. 아이들이 보는 세상을 교육을 통해 아름답게 체험하게 하는 것, 앞으로 어떠한 방식으로 살아가게 해야 할지에 대한 초등시기 삶의 방법이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