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가 좋다. 어릴 적 양철지붕 다락방에서 얇은 담요 덮고 빗소리 들었던 기억에 비만 오면 꼭 이 시가 떠올라 낭송한다.
이슬비 색시비
부끄럼쟁이
소리 없이 몰래
내려 오지요.
이슬비 색시비
곱고 곱지요
빨강 꽃에 빨강비 파랑 잎에 파랑비
비가 내리면 이불만 덮고 있어도 몽환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따땃한 방바닥 이불 덮고 있으면 묘한 기분에 내 몸은 녹작지근 해진다. 빗소리가 더 요란해지면 잠의 세계로 더 편히 빠져 든다. 비는 자장가였다. 그래서 그런가? 난 그런 자연의 소리가 좋았다. 눈보라 치는 소리, 파도에 몽돌 굴러가는 소리, 천둥 치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