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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Oct 27. 2023

가을비

빗소리가 좋다. 어릴 적 양철지붕 다락방에서 얇은 담요 덮고 빗소리 들었던 기억에 비만 오면 꼭 이 시가 떠올라 낭송한다. 


이슬비 색시비

부끄럼쟁이

소리 없이 몰래

내려 오지요. 


이슬비 색시비

곱고 곱지요 

빨강 꽃에 빨강비 파랑 잎에 파랑비  


비가 내리면 이불만 덮고 있어도 몽환의 세계에 빠져 들었다. 따땃한 방바닥 이불 덮고  있으면 묘한 기분에 내 몸은 녹작지근 해진다. 빗소리가 더 요란해지면 잠의 세계로 더 편히 빠져 든다. 비는 자장가였다. 그래서 그런가? 난 그런 자연의  소리가 좋았다. 눈보라 치는 소리, 파도에 몽돌 굴러가는 소리, 천둥 치는 소리. 


소리에 내 몸은 녹아 사정없이 잠에 떨어진다.        

      

가을비 ∣   


조곤조곤

내리는 빗소리

곱기도 하여

혼자 조용히 들었다.

빠다닥 도토리 지붕에 떨어지며

귀뚤이 울고

청개구리 고요히 창가에 앉아

함께 듣는

고요한 가을밤

포근한 이불 덮으니

소리에 녹아듭니다.      



나이 들어가니 보는 것보다는 소리에 더 감각이 집중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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