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한국발도르프교육협회 사무실에서 중요 회의가 있어 속초에서 첫차 타고 성남으로 갔다. 너무 일찍 와서 협회 사무실 문은 닫혀 있었다. 사무실 문 열리기를 기다리는 동안 주변을 산책하다가 눈에 들어오는 나무 하나를 보았다. 한 줄기에서 두 가닥으로 나뉘며 점점 세분화된 수많은 잎까지 만들어 낸 흔한 나무였다.
문득 1학년 아이들이랑 숫자 공부했던 생각이 나, 나도 모르게 다음과 같은 시를 읊조렸다.
하나에서 모든 수가 생겨나듯
유일한 그분은 모든 것을 만드셨으니
그분에 견줄 자 없음을.
온 세상을 두루 비추는 하나의 태양 아래 수많은 동·식물이 살아가고 그 속에서 인간도 살아간다. 한 세계에는 5 대륙 6 대양, 그리고 많은 국가가 존재하고 1주일 7일, 1년은 4계절 그리고 12달, 365일. 그러고 보면 하나에서 시작하여 점점 많이 분화한 1이라는 수는 어마어마하게 큰 숫자였다.
부처 제자인 판타카는 부처의 법문을 이해하거나 기억하지를 못한다며 떠나려 하자 부처는 내 말을 기억하거나 외우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며 날마다 절 뜰을 말끔히 쓸고 닦으면 얻는 바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판타카는 부처 말씀대로 열심히 쓸고 청소하더니 어느 날 빗자루를 던지며마음의 업장을 쓸고 닦으라는 뜻임을 알고 크게 깨달음을 얻고 기뻐한다. 부처는 곧 북을 울려 대중을 모은 후 기쁨에 찬 목소리로 판타카는 깨달았노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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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나태주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것이 인간임을 알았을 때 얼마나 기뻐했을까?.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부처 제자 판타카가 깨달은 환희와, 시인 나태주가 본 사랑스러운 인간, 숫자 1에 대한 비밀을 알게 된 내 마음, 밝고 환하다. 자연에서 깨달음을 얻고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