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매번 느끼지만 학교 잔디구장에 대하여 긍정적인 생각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든다. 어렸을 적 놀이 대부분은 땅에서 하는 놀이었다. 여름이면 큰 미루나무 그늘 밑에서 땅따먹기, 동네 공터에서는 깡통 차기, 골목에서는 사방치기를 그리고 겨울 텃밭에서는 자치기 등 사계절 내내 땅과 관련된 놀이를 하였다.
놀이를 위해 자기만의 소중한 도구들은 늘 준비했다. 바로 돌이다. 시냇가에 나가 반질반질하고 넓적한 손바닥만 한 돌과 손톱만 한 납작한 돌을 가방 속에 소중히 넣어 가지고 다니며 틈나면 땅에다 금을 긋고 돌을 이용한 놀이를 즐겨했다. 광산촌에 살았던 나는 석탄을 캐고 버린 돌더미에서 구한 곱돌로, 이 돌로 땅에 다 금을 그으면 마치 분필처럼 흰색이 나와 잘 그려진다.
시멘트 바닥, 벽돌 인도, 잔디구장은 땅의 순수함을 빼앗으며 어린이 놀이마저 앗아 가버리는 느낌이 든다. 시멘트 바닥에 어른들은 놀이를 생각한다며 색벽돌로, 지워지지 않은 페인트로 놀이 틀을 만들어 놓기도 한다. 어린 시절 우리는 땅바닥에서 정확한 게임을 위해 금을 재야 했고 삐뚤어진 부분은 다시 지우며 잘 맞추어 넣고 예쁜 틀을 만든 다음 게임을 즐겼다. 이러한 공간 감각을 놀이를 통해 배웠다.
뭔가 집중을 하는 놀이는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학교 잔디 구장은 어른의 관점에서 만들어진 시설물이다. 아이의 발달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어른들이 보기에는 학교가 깨끗하고 정돈되고 아름답게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다양한 감각을 길러줄 놀이 활동을 앗아간 것이다. 아이들끼리 모여 놀이 규칙을 세우고 땅에다 멋지게 놀이 그림들을 그려낼 귀한 활동들을 빼앗아 버린 것이다. 아이들 놀이는 축구 아니면 그냥 뛰어다니며 잡기 놀이가 대부분이다. 학교에 땅이라고는 텃밭만 남았다.
도서관에서 잠시 쉬러 밖에 나왔다가 바라본 학교 운동장에는 다양한 연령층의 아이들이 공을 찬다. 재미있겠지. 교실보다는 나가서 뛰어노는 것이 아이들 본성인 것을. 뭔가 땅에 그리고 뛰며, 뒤돌고, 깨금발 뛰며 손과 눈의 협응으로 빈칸에 정확하게 던지고 발로 돌을 몰아 원하는 것에 돌을 넣으며 성공하는 쾌감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땅을 바라보며 살았던 우리의 어린 시절, 이 땅에서 살아야 하는 사명감을 가지지만 점점 땅에서 멀어져 가는 어른의 삶을 보며 요사이 아이들은 땅에 대한 근본적 느낌 없이 땅에서 떨어진 삶을 어른까지 지속하고 있다. 이 세상에 단단히 서서 세상을 살아야 할 아이들이 뭔가 힘이 없고 붕 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좀 더 신중하게 교육환경을 펼쳤으면 좋겠다. 어른의 입장 아닌 아이의 발달을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