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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현석 Nov 18. 2023

아름다운 가르침

   

 M. 스캇펙은 사랑이란 ‘자기 자신이나 또는 타인의 정신적 성장을 도와줄 목적으로 자기 자신을 확대시켜 나가려는 의지’라고 정의하였다. 자기를 사랑하고 인류를 위해 희생한 훌륭한 성인(聖人)들의 신적인 사랑들은 지금까지 이 지구상에 남아 현재 및 미래의 인류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이러한 감동은 교사와 학생들 사이의 평범한 인간관계에서도 발견될 수 있다.       

         

 예전 1995년과 1996년 교동초등학교에서 근무하면서 만난 제자 정선이와 연빈이는 한창 삶을 가꾸는 글쓰기에 관심을 갖고 있던 나를 비롯한 여러 사람의 마음을 움직여 주었다. 1995년 정선이는 교통사고로 아무도 거들떠보지도 않는 강아지를 끌어안고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살리겠다는 애절한 마음으로, 강아지에게 감아 줄 500원짜리 붕대를 구하기 위해 이리저리 다녔으나, 슈퍼 집 아줌마, 비디오 가게 아저씨, 누구 하나 따뜻하게 맞아주지 않고 내쫓기는 이야기 속에서 어른으로서 부끄러워하기도 하였다. 정선이의 “강아지” 글을 모두 함께 들으면서 아이들은 숨소리조차 내지 않았고 서로 느낌을 이야기하였을 때는 ‘나와 정선이의 마음 씀씀이가 차이가 난다’ ‘용기 있는 올바른 삶이었다’, ‘정의로운 마음이 있다’ 등의 느낌을 말하였다. 사춘기 전 아이들은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지에 대해 느낌으로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이들 자아 형성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1996년 연빈이는 딱딱하고 성냥갑 같은 아파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이야기를 야성을 잃지 않은 마음으로 써 내려갔고, 그것을 올바른 삶으로 실천해 간 경우였다. 양양 간곡리 농촌 마을에서 일어나는 조그마한 일들을 착하고 순수하게 소 눈망울처럼 이웃, 자연, 사람을 배경으로 연빈이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하여 쓴 이야기가 반 아이들의 메마른 삶을 감성의 삶으로 바꾸어 놓았다. 재미있는 숙제로 내 준 “돌멩이 줍기”시멘트가 조금 묻어서 자기 색도 모르는 돌이 불쌍하다고 시멘트를 모두 제거해 주니 돌이 좋아하면서 옆으로 굴러가는 것 같다는 이야기,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소, 고사리 뜯기, 쑥 캐기 등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자연과 이웃을 사랑하는 방법을 깨우쳐 주게 해 준 위대한 성인들의 모습과 같았다.   

             

 아이들은 교사인 나에게 올바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를 묻고 있었다. 되돌아보면 나 또한 거만한 지성을 가진 어른의 힘으로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감성을 누르려고 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닌 것 같다. 과거 삶의 흔적을 되돌아보게 하고 현재의 삶을 누리며 미래를 향해 올바르게 나아가도록 만들게 하는 힘을,  혜월선사가 파계사에서 세상의 온갖 거짓을 모르는 천진한 동승을 사부와 도반으로 모신 것과 같이 아직 덜 성숙된 지성적인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 아이들 속에서 찾는 것이 좋을 듯싶다.      

        

 크나 큰 감명을 준 사람들은 잊히지 않고 생생하게 다시 나타나곤 한다. 너무 강렬해 육체에 박힌 것 같다. 내 마음속 위대한 스승으로 모신 독일 발도르프교육 대가이셨던 요한네스 볼프강 슈나이더 박사님이 돌아가셨다. 이 분을 생각하는 순간 갑자기 그분의 모습, 행동, 목소리가 너무나 생생하게 눈앞에 펼쳐졌다. 내 삶에도 영향을 준 정선이, 연빈이도 자세, 모습, 말, 행동들이 내 눈앞에  또렷이 보인다. (정말 멋지게 살아가고 있었구나!)     

        

 나에게 스승의 의미는 나이가 많고 적음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늘도 미래의 훌륭한 시장님이 될 수 있는 우리 아이들이 주는 의미심장한 충고들을 귀담아듣는다. 그 충고는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줄 고귀한 것이다. 아이들은 나를 또 어떻게 가르쳐주는지 유심히 바라보며 하루를 보냈다.  

              

 아이들한테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우고 이젠 내년 2월 명퇴를 합니다. 이런 아름다운 가르침들을 또 언제 받아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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