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제자 이야기
늘 자기가 한 것이 맞는지 확인받아야 하는 아이가 있다.
“선생님, 이거 맞아요?”
“저 잘했죠?”
수업 중에도, 이동 중에도, 쉬는 시간에도 그 아이의 시선은 늘 나를 향해 있다. 남이야 어떻든 자기 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하고, 그것이 안 되면 얼굴이 금세 굳는다. 줄을 서면 언제나 맨 앞, 꼭 선생님 바로 뒤. 잘 웃고, 외모도 단정한, 같은 아파트 라인에 사는 아이. 가끔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치면 먼저 인사를 건넨다.
어느 주말, 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에 속초에서 유명하다는 빵집에 들러 맘모스빵을 샀다. 가방에 넣기 귀찮아 손에 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지하주차장에서 동생을 안고 올라오는 그 아이를 만났다.
“어디 다녀왔어?”
“교회요.”
“엄마는?”
“주차장에요. 저보고 먼저 올라가래요.”
나는 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맘모스빵을 손으로 가리고 허리 옆에 바짝 붙였다. 아이는 못 본 듯했다. 아니, 못 본 척했을지도 모른다.
학년 말, ‘비밀친구가 되어’라는 활동을 했다. 몰래 한 친구를 정해 돌보고, 절대 비밀을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다음 주 금요일에 비밀친구를 공개하고 작은 선물을 준비해 오자고 했다.
그때 그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나 선생님한테 맘모스빵 줄 거예요.”
순간 말이 막혔다.
“안 돼.”
“왜요?”
“그런 건 하면 안 돼.”
“그래도 줄 거예요.”
아, 그날 엘리베이터에서 내가 들고 있던 그 빵을 봤구나. 선생님은 그 빵을 좋아할 거라고, 선생님에게 주고 싶다고, 그렇게 마음에 적어 두었구나.
하교 시간, 다른 아이들까지 따라 한다.
“나도 맘모스빵!”
“나도 선생님 줄래!”
나는 단단히 말한다. “그런 거 안 해도 돼. 아니, 하면 안 돼.”
아이들은 온몸이 감각이다. 보지 않아도 보고, 듣지 않아도 듣는다.
리코더를 불다 내가 음 하나를 틀리면 아이들은 귀신같이 알아챈다.
“선생님 틀렸어요.”
나는 웃으며 말한다. “그래, 선생님도 틀릴 수 있어.”
아이들은 선생님의 실수를 비난하지 않는다. 혼이 나도, 서운해도, 결국 다시 다가온다. 어른들은 한 번 마음이 돌아서면 오래 가는데, 아이들은 그렇지 않다. 화를 오래 품지 않는다. 먼저 풀고, 먼저 온다.
수업 시간에도, 점심시간에도 나를 힘들게 하던 그 아이.
속으로는 ‘또 시작이네’ 하면서도, 해맑게 웃으며 “선생님 맘모스빵 줄 거예요” 하던 그 얼굴을 떠올리면, 미워할 수가 없다. 아이는 계산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이 가는 쪽으로 움직인다.
며칠 전, 쓰레기 버리러 나갔다가 아파트 공원에서 그 아이를 보았다.
“00아.” 하고 부르니 아이는 환하게 웃으며 돌아본다.
교실에서의 모습도, 엘리베이터에서의 모습도, 그 웃음 안에 그대로 있다.
아이의 하루는 교실 안에만 있지 않다.
아이의 마음은 우리가 보는 것보다 훨씬 멀리 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