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영혼에 새겨지는 무늬를 생각하며

by 신현석

​학령기라는 문을 열고 삶이라는 너른 바다로 진입하는 아이들을 봅니다. 이제 막 자신을 세상에 온전히 맡기기 시작한 아이들에게 이 시기는 참으로 중요합니다.


스승의 손을 잡고 인간다운 삶으로 나아가느냐, 혹은 교육의 본질을 잃은 채 방황하느냐가 결정되는 생애 소중한 갈림길이기 때문입니다.


​정신과학의 눈으로 아이의 내면을 들여다봅니다. 이 시기의 아이 안에서는 '아스트랄체'라 불리는 영혼의 힘이 서서히 기지개를 켭니다. 이 힘은 홀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의 모든 정신적인 에너지와 연결되어 아이의 삶을 지탱하는 뿌리가 됩니다.


슈타이너는 늘 교사의 삶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교사 내면에서 펼쳐지는 정신 세계가 얼마나 진실한지, 그 진실함의 깊이가 곧 참된 교육학의 시작이라고 말입니다.


​교사는 단순히 지식을 뇌에 넣어주는 전달자가 아닙니다. 만약 교실이 지성적이고 파편화된 지식만을 강조하는 메마른 분위기로 가득하거나, 교사가 영혼의 게으름에 빠져 엄격한 껍데기만 유지한다면 아이의 내면은 갈 곳을 잃습니다.


슈타이너의 가르침처럼, 교사의 영혼 상태는 학령기 아이의 생명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이 생명의 힘이 상상력이라는 풍부한 자양분이 되지 못하고 바싹 말라버린다면, 아이는 훗날 사춘기 시기에 꽃피워야 할 건강한 사고력의 뿌리를 잃게 됩니다. 교사의 영혼이 아이의 생명력을 일깨우고(7-14세), 나아가 교사의 생명력이 영유아기 아이의 육체적 기초를 형성한다(0-7세)는 사실 앞에 교사의 존재는 실로 어마어마한 무게를 지닙니다.


​교육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를 동물적인 본성에 머물게 할 수도 있고, 지성만을 강조해 이기적인 인간으로 키울 수도 있습니다. 발도르프 교육이 교사 스스로를 가꾸는 '자기 교육'에 그토록 공을 들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유물론적 교육에 젖은 교사의 거친 영혼이 아이 본연의 생명력을 시들게 하고, 미래의 사고력까지 메마르게 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평생의 소임을 다하고 퇴직한 지금, 저는 다시 거울 앞에 앉아 봅니다. 나는 과연 아이들이 가진 저마다의 생명력을 잘 지켜주었는지, 나의 수업이 상상력의 토양이 되어 아이의 다음 발달 단계까지 따스하게 흘러갔는지 조용히 되짚어 봅니다.


​비록 교단에서는 내려왔지만, 더 잘하고 싶고 더 사랑하고 싶었던 그 마음은 여전히 제 안에 살아 있습니다. 아이의 영혼을 온전히 전개하고 싶어 했던 그 간절함이, 앞으로 제가 걸어갈 삶의 길 위에서도 아이들을 향한 기도가 되어 향기롭게 피어나길 소망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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