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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r 16.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9 엄마표 초등 준비기1

D-713 2018년 3월 20일


#부모로서해줄단세가지

박노해 시집 '그러니 그대 사라지지 말아라' 중에 '부모로서 해줄 단 세가지'라는 시가 있다. 그저 내 아이를 '믿음의 침묵'으로 지켜보면서 이 지구별 위를 잠시 동행하는 것이라고. 첫째, 둘째, 셋째 모두 흔들리는 나를 지탱해준 나무 기둥 같은 말이었다.




#한글공부의시작  

5살부터 어린이집 친구들에게 카드를 받아오기 시작했다. 빠른 아이들은 이때쯤부터 혼자 한글을 쓰고 읽기도 한다. 한글을 빨리 알면 글자를 보느라 아름다운 그림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나는 최대한 한글을 늦게 가르치고 싶었다. 동화책 속 그림들을 보고 같이 이야기를 상상해보는 놀이가 아이의 창의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다.


6살이 되니 한글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고 여러 방법 중에 학습지로 배워보기로 했다. 학습지와 친근해질 수 있도록 '생각하는 피자'부터 시작했고 여름쯤 한글을 시작해 보았다.


우리말의 자음, 모음을 배우는 것은 무한 되돌이표 같은 거였다. 잘 안다 싶었다가 또 다 까먹었다를 1년 간 반복했다. 7살 가을에 한 달간 미국에 다녀왔을 때엔 정말 다 까먹어서 엄마인 나를 빨간 도깨비로 만들기도 했으니까...



#매직이_받아쓰기_수업

열매반 2학기부터 선생님은 아이들 수준을 고려해 한글을 가르쳐주셨다. 꽁이는 중간 정도 수준이라 단어 받아쓰기를 했다. 처음엔 30점 받아오더니 점점 좋아져서 70점이 되다가 나중엔 100점 받는 날도 꽤 있었다. 알림장도 매일 직접 써서 가져왔다. 엄마가 확인 서명을 해서 보내면 선생님이 체크해주셨다.


친구들과 같이 수업 듣는 분위기가 확실히 긍정적인 동기부여를 해준 것 같았고, 집에 와서는 늘 매직이를 데리고 한글 공부 놀이를 했다. 매직이는 아직 한글을 모르는 펭귄이라 꽁이는 매직이 받아쓰기 노트를 직접 만들어서 매직이에게 단어 10개씩 불렀다. 매직이는 받침도 헷갈려하고 소리 나는 대로 쓰는 실수를 종종 했다. 그리고 틀린 글자는 10번씩 다시 쓰는 빽빽이 숙제도 받았다.


매직이 효과 덕분이었을까? 받아쓰기 실력도 늘어났고 책도 점점 또박또박 읽는다. 밤마다 자기 전에 책 2권을 같이 읽는다. 한 권은 엄마가 읽어주고, 한 권은 한 페이지씩 나눠서 읽는다. 속도도 발음도 좋아지고 있다.  




#숫자공부_100층짜리집

숫자는 어려서부터 일상에서 친숙하게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과자를 세어보거나, 달력의 날짜를 찾아보거나, 시계 속 바늘이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하거나, 돈으로 물건을 계산할 때도 늘 접할 수 있다. 한글을 배우더니 숫자는 끝이 어디냐고 종종 물어왔다. "숫자는 끝이 없지." 숫자는 무한대로 늘어날 수 있으니 아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매우 효과가 높다.


1부터 100까지의 숫자를 익히는 데는 '100층짜리 집' 책 시리즈가 도움이 되었다. 일본 여행 갔다가 서점에서 발간한 하늘 100층짜리 집을 4살 생일 선물로 사주었다. 운이 좋게 서울을 갈 때마다 보이는 잠실 롯데월드타워가 100층짜리 집이라며 책에서 처럼 누가 살까 상상해보았다. 이후 바다, 하늘, 지하 100층짜리 집 등의 시리즈를 보면서 숫자 호기심을 키워나갔다.

 

손가락으로 더하기와 빼기를 연습한다. 구구단 안다고 자랑하는 친구들 덕분에 구구단 송 들으며 외워보려고 한다.



#환전하기 #간식사기

숫자의 개념을 배우는 데 '돈'을 사용하면 재미있다. 미국 여행을 갈 때 꽁이의 꿀꿀이 저금통을 털어서 환전하러 함께 가봤다. 외국에 나가면 한국 돈을 사용할 수 없다는 걸 이해하고 있었기에 미국 돈으로 바꿔가서 꽁이가 사고 싶은 건 달러로 구입해 보기로 했다. 약 80만 원의 저금통 속 용돈을 달러로 환전해서 가방에 넣어줬다. 꽁이의 소중한 달러는 포틀랜드에서 매우 유용했다.


그리고 편의점에서 간식을 사는 연습을 한다. 토요일 수영 수업이 끝나면 바로 앞 편의점에서 2천 원 내에서 간식을 사 먹는다. 손에 천 원짜리 2장을 쥐어주면 스스로 물건의 가격표를 보면서 음료수와 과자 등을 골라 계산한다. 어느 날은 금액이 넘어 다시 물건을 가져오기도 하고, 또 다른 날은 2천 원 안에 사 오기도 한다.


어느 날 나에게 천만 원이라며 당당하게 천 원 한 장과 만원 한 장을 주어 나와 신랑을 엄청 웃게 한 적도 있었다. 힛

 

꽁이가 준 천만원 :)


돈에 대한 관심은 나중에 자라서 재테크하는데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다. 부모님 세대보다 가난하게 사는 우리 세대가 아이에게 물려줄 수 있는 건 아마도 이런 교육이 아닐까?




#영어는_넷플릭스로

영어 교육에 대해서는 부모마다 생각이 다르기 때문에 내 생각이 옳다고 주장할 수는 없다. 보통 초등학교 가기 전에 국어, 수학 공부는 어느 정도 선행을 하고 간다. 레벨의 차이가 조금 있을 뿐이다. 그러나, 영어는 부모의 준비에 따라 아이들의 실력 차이가 굉장히 크다. 꽁이가 영유(영어유치원)를 나온 아이를 따라갈 수는 없다.


영어는 내가 배운 과정대로 가르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일주일에 2번 배우는 영어 수업을 통해 그저 영어를 내치지 않기 만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가끔씩 영어 동화책을 읽어준다. 아름다운 그림의 동화책을 보며 영어지만 이야기를 이해해본다. 부모의 발음이 좋지 않아도 영어책은 읽어주면 좋다고 한다.


우리는 해외여행을 하면서 전 세계 사람들의 언어는 다양하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려면 'hello'를 외친다는 걸 이해했다.



#마이리틀포니

미국에서 유니콘 사랑에 빠진 계기 중의 하나는 My little pony 만화영화 덕분이다. 마이리틀포니는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콘텐츠지만 실제로 본 건 미국 집 TV에서였다. 넷플릭스 키즈에서 검색해 마이리틀포니를 보기 시작했는데 아이는 꽤 흥미를 보였다. 나도 잘 못 알아들을 정도로 빠른 영어였지만 우리는 상황으로 이해하면서 ^^


한국으로 돌아오자마자 나는 넷플릭스 계정을 만들었다. 사실 좋아하는 영상을 영어로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마이리틀포니도 계속 보고, 꽁이의 수준에 잘 맞는 페퍼 피그도 시청 중이다. 어떤 학습법이 아이에게 맞을지는 모르지만 넷플릭스는 잘 활용해보려고 한다.   




#건강한_우리아이

꽁이는 치과, 안과를 정기적으로 다니고 있는데 초등학교에서 생활하는 데 특별한 문제없다고 했다. 7살 여름에 알레르기 검사도 다시 했다.


하지만, 그 해 가을부터 평소와 달리 화장실을 자주 가는 버릇이 생겼다. 한 달 간의 미국 여행과 귀국 후 어린이집 적응 등 정서적으로 예민한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었다.


초등학교 시간표를 보니 블록 타임제로 운영되고 있었다. 40분씩 2시간 수업을 이어서 하고 30분 정도 놀이 시간이 주어진다. 혹시 수업 시간에 자주 화장실을 가게 될까 봐 소아신장과에 진료를 받으러 갔다.


아직은 신장에 병이 있다기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많다고 한다. 집안에서만 키우면 문제가 없는데 어린이집, 학원, 여행 등 밖을 나다녀서 그렇다는 거다. 검사를 하고 집에서 소변 일기를 작성한 뒤 재방문해서 결과를 확인했다. 소변 일기 상으로는 정상이었고, X-ray를 보니 장에 대변이 가득 차 있단다. (이런 경우 매우 흔해서 장이 신장을 누른다고 함) 가능한 집에서 편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소견이 내려졌다. 그 후 어쩌다 보니 집콕 봄방학 중이다. 집에서 생활하다 보니 아이는 예전처럼 자주 화장실을 가지 않는다. 마음이 편해진 게 느껴졌다.


이제 학교 갈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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