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80 2020년 5월 20일
#엄마의시간표
1학년 초등학생을 둔 엄마의 하루가 시작될 날이 일주일 정도 남았다. 요즘 아이와 함께 밤 9시 반쯤 잠들고 아침 8시쯤 일어나는 생활을 반복해온 나도 새로운 루틴을 만들어야 하는 시기가 되었다. 8시 50분까지 꽁이가 교실로 올라 가야 하니 걸어가려면 집에서 8시 30분엔 나가야 한다. 어린이집처럼 오전 간식을 챙겨주지 않고, 우유 하나만 나올 테니 아침밥도 챙겨 먹여야 한다. 아침을 과일이나 빵, 떡 등으로 해결한 지 오래되어 간단하게라도 밥을 먹이는 게 처음에 쉽지 않을 것 같다. 내가 7시엔 일어나서 아침을 준비하고 꽁이를 7시 반쯤 깨워 먹인 뒤 학교로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워킹맘 시절 종종 내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출근한 적이 있다. 7시에 아이를 깨워 7시 반에 어린이집에 1등으로 간 뒤 부리나케 출근하면 8시 50분이었다. 그때도 모닝빵 하나는 먹였으니 뭐 어려운 일 아닌데... 나는 오늘도 긴장상태다.
그 옛날 따뜻한 아침밥 준비하고 도시락 2개씩 싸주시던 엄마의 위대함이 떠오른다. 엄마는 늘 당신 때에 비하면 애를 그저 소꿉놀이처럼 키운다고 하시지만, '애 키울래? 일 할래?' 하면 '일 할래'를 택한 나에게 아이의 의식주를 잘 챙긴다는 건 늘 머릿속으로 여러 번 리허설이 필요한 것들이다.
방과 후 수업 진행 여부 설문조사에 반대를 선택한 상태라 아직 엄마의 시간표를 제대로 짤 수는 없겠지만, 아이의 학원 스케줄이 정리되고 있으니 예전처럼 잠깐의 내 시간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4교시인 월수는 집안일 등을 하고, 5교시인 화목금은 오전에 친구를 만나거나, 공부를 하거나, 새로운 Job을 만드는 걸 준비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님 늘어져 TV나 넷플릭스를 보거나...
오후에 아이를 픽업한 뒤 간식을 먹이고 학원시간에 맞춰 데려다주고 수업 듣는 동안 근처 시장에서 장을 보거나, 도서관을 책을 대출/반납하는 일상으로 돌아오겠지? 저녁을 먹고 숙제를 하고 목욕을 한 뒤 잠이 드는, 그동안 꿈꿔왔던 하루하루 말이다.
#코로나덕분에 #자연자연한놀이
일주일 뒤 등교를 한다는 기쁨은 뭐라 말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마음 한편으로 아쉬운 마음도 든다. 코로나19의 확산에 대한 불안함이 아니라 섭섭함이다.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스톱되면서 유난스레 화창하고 맑은 봄 하늘을 즐길 수 있었고, 겨울에서 봄이 소리 없이 오는 줄 알았는데 우리는 하루하루 변해가는 봄 풍경 속에 흠뻑 빠져 즐기고 있었다.
4월 초에 세 군데 연못과 계곡에서 식구로 입양해온 올챙이들은 어느덧 뒷다리와 앞다리가 나와 성체가 될 준비를 하고 있다. 신기하게도 세 종류의 올챙이라 어떤 개구리로 커갈지 매우 궁금하다. 5월 초 영월 계곡에서 이사 온 다슬기와 미꾸리들도 올챙이와 잘 살고 있으니 참으로 평온한 수족관이다.
그 많던 벚꽃 산책루트엔 붉게 익어가는 버찌 열매가 달려 있고, 산수유, 매실나무, 살구나무에도 어느덧 열매가 주렁주렁하다. 잔디 사이마다 토끼풀과 뱀딸기가 한창 열려 있으니 우리는 산책을 나갈 때마다 열매들을 수확하느라 바쁘다. 이렇게 모아진 햇열매들로 사랑하는 선생님의 얼굴을 완성해 선물로 드렸다. 첫 담임선생님께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지만, 오랫동안 사랑으로 품어주신 어린이집 선생님을 오랜만에 뵈어 감사 인사를 드리는 것도 뜻깊었다.
온라인 수업 후 오후엔 모래놀이터에서 모래 그림도 그리고 네 가지 흙으로 만든 크레파스로 폭풍우가 쏟아지기 전 실컷 그림도 그렸다. 물론 이런 자연 속 놀이들을 학교에서 하겠지만, 8살 아이와 손잡고 다니면서 둘이 보고 느끼고 웃었던 하루하루들이 돌이켜보니 참 소중했다고 생각된다. 학교, 학원 외 시간에 또 지금처럼 놀아보자꾸나.
#코로나가끝나면 #하고싶은것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면 하고 싶은 게 월 1회 서울 나들이였다. 결혼 전까지 서울살이를 했던 나와 달리 아이는 대한민국의 수도인 서울의 매력을 알기엔 아직 어리다. 청담대교에서 월드컵대교로 달리는 강변북로 위에서 한강 다리는 몇 개인지 세어보기도 하고, 타요와 로기, 가니, 라니를 찾아가며 드라이브를 하며, 남산타워에서 360도로 서울 시내를 둘러보는 새로운 경험을 비추어 볼때 수도권에 사는 특혜(?)를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주말 아침 지하철이나 광역버스를 타고 익선동, 을지로, 광화문 일대에서 서울의 역사를 살펴본다거나, 압구정과 가로수길에서 맛집도 가고 예쁜 옷과 소품을 쇼핑하거나, 성수동에서 열리는 채소 마켓도 가고 싶고, 이태원/한남동 등의 미술관이나 갤러리도 관람하고 싶다.
딸을 키우는 즐거움, 오랜만에 신랑에게 감사한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