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72 2020년 5월 12일
#몇번까지연기될까
'또'라는 단어가 문제다. 결혼을 해보니 부부싸움의 발단은 '또'에서부터가 많았다. “다음에는 잘할게” “나 다신 안 그럴게”의 대답에 언쟁이 종결되나 싶지만, 다시 불이 붙을 때는 "또?"에서였다. 이 ‘또’라는 말에는 기대가 담겼다가 왕창 무너진 실망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등교 개학이 연기되었다. 3/9, 3/23, 4/6, (4/20 온라인 개학), 5/20에서 5/27로 변경되었다. 물론 예정이다. 처음엔 우리 집&동네를 여행자처럼 지내는 한달살이 같았고, 두 달쯤 지나니 겨울방학 예습 같았다. 그런데 지금은 학교 밖 청소년을 위한 홈스쿨링 같다고 해야 하나. 기꺼이 홈스쿨링 관련 엄마들의 카페에도 가입을 했다. 나 이러다 홈스쿨링의 재능이 더해지는 건 아닐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개학이 연기될 수록 좋은 점이 있었다. 작년 여름부터 양가 부모님들은 학교 간다며 손녀에게 용돈을 듬뿍 주셨다. 필요한거 사라며. 그렇게 계절마다, 명절마다, 학교 개학일이 연기될때마다 주신다. 이번 어린이날에 또 용돈을 받았다. 20일에 학교 간다고. 덕분에 아이의 통장 잔고가 불어난다.
우리는 온전한 입학식도 바라지도 않고 그냥 새로 산 가방을 메고 새하얀 실내화를 신고 학교 가면 쓰겠다고 아끼고 있는 몰랑이 학용품들을 꺼내 수업을 듣고 싶다. 그냥 평범한 1학년 생활을.
어제 교육부 발표 이후 171일간의 학사일정이 픽스된 이상 1학기 중 하루는 학교를 가겠지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비난할자격
왜 하필 이태원에서 시작되었을까? 용인 66번 확진자가 나온 뒤 성남 127번 확진자 관련 재난문자가 오기 시작하면서 비난의 광풍이 휘몰아쳤다. 회사 다닐 때에도 이해하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실은 이해하기 싫었지만) 90년생들과 이제 성인이 된 2000년대들이 비난의 중심에 올라섰다.
나의 20대 때를 돌이켜볼 때 그들의 클럽 문화를 공감할 순 있으나, 성인으로써의 책임이 누락된 행동에 대해서는 반성을 해야 하지 않을까. 곧 꽁이도 10대가 될 테고 나와 아이 사이의 세대차이는 넘지 못할 벽처럼 높이 쌓아질 거다. 하지만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규칙들을 준수한다는 것이 도덕 교과서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라 일상이 되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싶다. 어쩌면 코로나 19로 학창 시절을 보내는 이 아이들은 지나치게 학습이 되어 개인주의에 대면 기피증이 심해질지도.
물론 황금연휴 동안 나 역시 집콕만 하지 않았기에 혹시 우리의 행동으로 인해 타인이 피해를 볼까 봐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을 자주 씻고 가능한 사람이 몰리지 않는 장소를 찾아다녔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참 유감스럽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온전하게 지킨다는 건 쉽지 않은 듯하다. 다소 내로남불 마인드의 꼰대스럽지만 그들을 비난할 자격이 나에게도 조금은 있다.
#ME TIME 필요해
아이와 붙어 지내니 나 혼자만의 시간이 그리울 때가 많다. 30분이라도 아무 말을 하지 않는다거나, 책을 본다거나, 새 아이폰에 몰입하는 시간 말이다. 가끔은 어른 사람과의 소소한 일상 대화를 간절히 기다리기도 한다. 코로나 일상이 길어지면서 나는 아이에게 ME TIME을 요구하는 일이 잦아졌다. 엄마 잠깐 혼자 쉬고 싶어...
주말엔 신랑에게 애를 맡기고 예능과 드라마를 보는 시간도 늘어났다. 나의 최애 프로그램은 삼시세끼 어촌편 5이다. 차승원과 유해진, 손호준까지 원년멤버 그대로, 아재개그는 트리플이된 최강 조합 덕분에 혼자 실실 웃고 있는 내모습이 처량하기도 하다. 놀면 뭐하니?의 유재석이 할 여름 혼성 그룹도 기대되고, 99즈가 멋진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부산이 배경인 더 킹도 즐겨본다.
오랜만에 맘까페 외에도 홈스쿨링이나 부동산,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커뮤니티를 들락거린다. 대화할 친구를 만나기가 어렵다 보니 사람들의 게시글에 댓글을 달면서 소통을 한다고 해야 하나. 가끔 예전 PC통신 시절의 채팅방이 그리워진다. 그렇다고 오픈 채팅을 함부로 들어가긴 싫고.
포털 사이트의 대표적인 맘까페들은 바이럴의 진원지이다. 여기에 올라온 카더라 소식들이 진짜 뉴스처럼 퍼지기도 하고, 온갖 찌라시의 팩트들이 익명으로 돌아다닌다. 코로나19 속에 맘까페들이 활성화되는 느낌이다. 아이는 집에서 종일 케어해야 하고 엄마들의 사생활이 전면 스톱된지도 4개월이 되어간다. 맘까페에서는 '저만 불편한가요?'라는 심정으로 토로하는 이들과 이를 대수롭지 않아 하는 이들의 성향이 충돌하기도 한다. 결론은 우리가 외롭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