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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May 07.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24 학원에 먼저 간다

D+67  2020년 5월 7일


#사회적거리두기 #황금연휴

실로 낯선 연휴였다. 오랜만의 황금연휴이니 예정대로 입학했다면 분명 학교장 재량껏 실시된 단기 봄방학이었을 것이다. 인천공항은 붐볐을 테고, 전국 곳곳 역시 많은 사람들로 가득했을 거다. 체험 학습을 핑계로 나도 아마 그 인파 속에 있었을 테지.


코로나19 발생 백일쯤 맞은 황금연휴에 인천공항 대신 김포공항이 북적였고 고독도로로 불렸던 고속도로 위는 수많은 자동차로 빼곡히 채워졌다. 그 길엔 우리도 있었다. 마치 한풀이하듯이, 사람들이 쇼핑몰이며 공원이며 관광지며 넘쳐 났다. 갑작스러운 무더위와 엄청난 꽃가루 속에 마스크로 호흡 곤란을 느끼면서도, 땀범벅인 마스크 위로 붉게 그을린 얼굴을 한 채로 말이다.


연휴 첫날, 사전 예약한 인원만 입장할 수 있는 미술관으로 나들이했다. 우리 셋만 오롯이 전시 감상한 뒤 연계 클래스도 즐길 수 있어 여유로웠다. 추가로 신청한 DIY 킥보드 클래스가 생각보다 진땀나게 하는 난이도여서 아빠가 무척 고생했다. 결과물은 별 네개.



다음날, 한강시민공원에서 2m 거리두기로 돗자리를 피는 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라면 끓이는 기계로 꼬셔 데리고 왔는데 한참 자전거를 타고나니 덥고 지친다. 날이 더워 한강에서 보트라는 걸 타보기로 했다. 오후 3시 반, 아직 해는 뜨겁지만 튜브스터를 타면서 강바람을 맞으니 한결 시원하다.



'삼시세끼 어촌편 5'의 죽굴도처럼 우리 셋만 지낼 수 있는 곳은 없었지만, 연휴 한 달 전에 인스타 피드에 종종 올라오는 산골 깊숙이 고립된 단독집 같은 곳을 예약해뒀다. 이 통나무집 덕분에 천창을 통해 달의 느릿느릿한 움직임을 보았고, 정원 내 캠핑 텐트에서 숯불 향의 바비큐를 즐겼으며, 월광 소나타는 아니지만 달빛 아래에서 ‘반짝반짝 작은 별’을 연주하는 꽁이의 피아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참으로 아름다운 밤~


텐트 옆 피아노 :)


아직은 차갑기만 한 계곡에서 물고기를 잡고, 다슬기도 줍고, 형형색색 봄꽃과 수십 가지 초록색으로 어우러진 숲을 보며 오랜만에 쉼을 즐겼다. 미꾸리로 추정되는 물고기 두 마리와 다슬기 약 20마리가 올챙이 하우스에 새 식구로 이사 왔다. 이 참에 셰어하우스도 새로 바꿔주고 깨끗한 물과 사료를 챙겨준다. 계곡서 함께 살던 사이니까 행복하게 오래오래 지내길 바란다.  



연휴 중에 우리처럼 집밖을 돌아다닌 행동을 보기 불편한 사람도 많겠지만,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 깊은 곳까지 파고들었음을 느꼈다. 모두 코로나19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으로. New Normal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학원개학먼저  

온라인 개학 후 학원들이 속속 재개원한다고 연락이 왔다. 꽁이는 평일엔 특공무술을 다니고 토요일엔 수영을 했다. 언제 다시 갈 수 있냐 애타게 기다렸는데... 학원 재등록을 결정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검색해보니 싱가포르의 한 방역전문가가 수영장의 소독된 물안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수영과 코로나19는 무관하다고 한 인터뷰가 있었다. 오히려 탈의실 등 공동 공간에서 조심해야 한다고 한다. 소규모 레슨이라 수영만 재등록을 하고, 신체 접촉이 잦은 특공무술은 추후에 하기로 했다.


대신 예전에 다니다가 중단한 피아노 학원을 다녀보기로 했다. 학교 방과 후 수업으로 신청하려고 했는데 당분간 방과후 수업도 진행 하지 않을 듯싶다. 경기도&성남시 재난지원금으로 우린 꽁이의 디지털 피아노를 사기로 합의를 한 터라 몇 군데 오프라인 매장을 방문한 뒤 화이트 컬러의 피아노를 선택했다. 지자체와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재난지원금은 대부분 학원비로 사용할 생각이다.


5월 20일부터 초등학교 1~2학년 먼저 등교하게 된다. 학교를 가기 전부터 학원 재등록과 스케줄을 고민하고 있다. 함께 등하교도 해야 하고 학원 스케줄에 맞춰 이동하고 기다렸다가 데리고 집으로 와야 한다. 아이의 일상이 안정되어야 나의 일상 루틴도 만들어질 테니까 어쩌면 나의 루틴을 고민하는 것이기도 하다.  장미가 아름다울 때 등교 개학을 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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