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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Apr 29.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23 1학년 교과서의 힘

D+59  2020년 4월 29일



#교과서를꺼내요

4월 27일부터 EBS에서 교과서 수업이 시작되었다. 사실 지난 3주간 방송했던 라이브 특강을 재방송해주는 줄 알았다. 라이브 특강 때 교안을 출력해 줬지만 아이는 그다지 흥미를 보이진 않았다. 선생님이 방송에서 언급한 문제들만 풀었고, 나머지들은 그대로 놔뒀다. 나 역시 개학 전 자기주도학습이라 강요하지 않았고.


국어 1-1, 수학 1-1, 봄 교과서를 꺼내 이름을 쓰고 시간표에 나온 하루 일과대로 책과 준비물을 꺼내고 자리에 앉는다. 선생님과 함께 수업한 내용 외에도 빠진 페이지를 읽고 체크한다. 교과서와 교재를 대하는 아이의 태도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어제 1교시 수학 다음에 2교시 봄 수업이 시작되었다. 수학엔 1~5까지의 수를 익히는 시간인데 학습 꾸러미에 담겨 있던 찰흙을 꺼내 숫자를 만들었다. 눈으로 보고 손으로 만들고 교과서를 익히는 수업을 보니 학교에서도 이렇게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이 든다. 5까지만 만들었다며 쉬는 시간에 6~10과 하트를 완성했다.



2교시엔 예상대로 호랑이 (이선희) 선생님이 다시 등장하셨다. 귀여운 호랑이 새끼들의 입학을 축하한다며 케이크를 준비하셨는데 꽁이는 진짜 입학식처럼 기뻐했다. 맘 카페에서도 호랑이 선생님에 대한 칭찬이 뜨겁다. 엄마들의 마음은 비슷하다. 울산의 모 남자 교사가 문제 되는 가운데 호랑이 선생님 같은 분이 초등학교에 많이 계시길 희망하는 바람이 크다.




#선생님부자

어릴 적 반 배정이 될 때나 새로운 반에 적응된 이후 이런 경험한 적이 종종 있었다. ‘저 선생님 반이 되고 싶은데...'라는. 첫인상에 우리 반 보다 더 온화해 보이는 분도 계셨고, 실제로 몇 달 경험해보니 더 멋진 분도 계셨다. 내가 저 반이었다면, 내가 저 선생님 제자였다면 나의 초등학교 생활을 더 즐거웠을까? 돌이켜본다.


아이의 반 배정 문자를 받은 후 교과서를 받으러 학교에 가기 전까지 담임 선생님이 따로 연락하신 적이 없다. 다른 반 선생님들의 경우 전화 상담을 2~3회 정도 해왔다고 하고, 네이버 밴드를 생성해 반 학생과 부모들에게 지속적으로 소통해온다고도 했다. 나는 내심 섭섭했다. '왜 전화 한 통이 없으실까?' 나도 통화하고 싶은데...


교과서 배부 날 직접 만나 뵈니 연륜이 매우 높은 분이셨다. 초등학교에 입학시키는 지금 엄마들의 걱정이 한낱 무거워도 이 또한 지나가면 별 거 아니라고 느끼시는 것 같았다. 그분의 눈엔 우리가 아등바등하는 개미 같았을 듯싶다. 나도 지나가 보면 지금의 내 걱정과 불안이 얼마나 사소한 것이었는지 옅은 웃음으로 치우칠 수도 있겠지만.  


최근에 들은 부모 강의 중에 이런 얘기가 있었다. '엄마가 된 순간 개인이 아니라 공인'이라는 것! 이유인즉슨, 비행기 안에서 기류가 흔들릴 때 승무원들은 자리에 착석 중에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는다고 한다. 승객만큼 불안한 상황 속에서도 그들은 항공사의 직원으로써 승객에게 안정감을 줘야 하기 때문에 미소를 짓는 거라고. 그것처럼 엄마가 개인적인 감정을 모두 드러내기보다 공인의 위치에서 보여준 미소, 긍정적인 한마디는 아이를 키워내는 긍정 에너지가 된다는 내용이었다.

 

잠깐의 인사 후 EBS 개학을 한 이상 TV 속의 완벽한 선생님들보다 우리 담임선생님이 젤 좋아라는 얘기를 아이 입에서 듣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그래서 꽁이가 선생님에 대해 물어볼 때면 나는 늘 내 감정을 지우고 어린이집 원장 선생님처럼 좋고 훌륭하신 분이라고 얘기했다. 직접 뵙고 난 뒤에는 오랫동안 초등학생을 가르치신 분이라 아주 잘해주실 거라고 덧붙였다. 요즘은 8살인 딸에게 많은 선생님들이 선물로 찾아오신다고 말한다. 이선희 선생님의 밝고 유쾌한 점, 정소현 선생님의 다정한 점, 담임 선생님의 또 좋은 점들이 꽁이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칠 거니까.    




#1학년추천도서 #1학년엄마추천강의

학교에서 보내준 1학년 추천 도서 목록 중 몇 권을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도서관에 간 사자' '선생님은 1학년' '1학년이 나가신다' '말놀이 동요집' 외에도 요즘 백희나 작가와 사노 요코 작가의 책을 꾸준히 읽고 있다. 아이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오프라인의 공간에서 벌어질 일들을 책을 통해 상상하고 있었다. 행여나 책에 등장하는 이상적인 스토리와 현실의 경험 간에 차이가 클까 책을 읽어주면서도 덧붙이는 얘기가 많아졌다.  



나는 경기도평생교육학습관에서 부모를 위한 온라인 강의가 마련되었다길래 신청했다. 4회 동안 '슬기로운 부모교육'이나 '자녀 대화법' 주제로 유아에서 사춘기로 접어드는 초등 아이를 둔 부모들의 고민을 헤아려주는 수업이었다. 아이가 EBS 수업을 듣는 동안 나는 이어폰을 끼고 노트북 화면 속 강사의 말을 새기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무료함을 달래보려 Coursera에서 코로나19 동안 무료로 수강할 수 있는 강의를 찾았는데 수강 단계별로 집중해서는 듣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지 실감했다. 아이에게 수업에 집중하지 않는다 다그칠 이유가 없다. 나도 손이 계속 휴대폰으로 가는데.




1학년 학사일정이 E-알리미에 올라왔다. 5월 1일은 개교기념일이다. 캘린더에 근로자의날이 아닌 개교기념일로 입력했다. 나 역시 20년 가까이 근로자로 호사롭게 보냈던 이 날을 이제 1학년 학부모로 지내게 된다. 여름방학은 8월 1일부터 23일간, 겨울방학은 1월 16일부터 44일간이다. 우리 171일간 건강하고 즐겁게 잘 다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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