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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롱님 Apr 22. 2020

8살, 코로나 입학생 #22 코로나 키즈 엿보기

D+52 2020년 4월 22일



#엄마는1인N역

개학 후 나는 본캐는 1학년 엄마이지만, #부캐로 1학년3반담임쌤, 최**짝꿍, 조리사쌤, 숲선생님 등을 키우고 있다고 농담한다. ‘놀면 뭐하니’ 유-니버스 라이브처럼 본캐와 여러 개의 부캐가 생방 중이다. 아침엔 엄마다. 9시부터는 담임선생님이다. 티비 속의 호랑이 선생님이 되었다가 짝꿍으로 변신한다. 쉬는 시간엔 다시 엄마로 돌아와 과제들을 챙긴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급식을 준비하는 조리사쌤처럼 분주하다. 여럿 역할을 하며 아이를 케어하다 보니 어느새 내가 당신의 연예인이 된 듯하다.




#코로나키즈의오늘

EBS 개학인데도 아이는 무척 즐거워한다. 아침 8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1교시 전 책도 읽고 좋아하는 이선희 선생님 수업을 듣으며 연계된 활동을 잘하고 있다. 스스로 TV를 틀어 채널과 음량을 맞추고 맥북을 킨 뒤 리딩게이트에 로그인 후 오늘 학습할 e-book을 담아 수강한다. 그 뒤 e-알리미에 올라온 과제들을 해낸다. 쉬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5교시까지 알차게 보내고 있다.


장애인의날 체험 수업


창체로 스킬 자수를 시작했다. 국민학교 시절 기억이 나서 온라인 쇼핑몰에서 검색해봤다. 작은 털실, 코바늘로 하는 그 십자수 같은 거 그게 이름이 뭐였더라? 역시 의식의 흐름대로 이끌어낸 검색 결과는 '스킬 자수'라는 것이었다. 사과, 수박, 크로바 패턴 3종을 구매해 꽁이와 함께 해보기로 했다. 역시 이 아이는 어릴 적 나 보다 4~5년 정도 빠른 것 같다. 내가 5학년쯤 탔던 두 발 자전거도, 스킬 자수도 8살에 마스터해버렸다.



지난주 식물원에 놀러 갔다가 올챙이 6마리를 입양했다. 금요일 비가 내린 뒤 토요일엔 올챙이 수조에 갈아줄 물을 길으러 가까운 계곡을 찾아갔다. 거기서 또 올챙이를 발견해 6마리를 추가로 입양했다. 처음에 온 아이들은 연갈색인데, 늦게 온 애들은 시커먼 색이다. 이 두 종류의 올챙이가 어떤 개구리로 자라날지 궁금해졌다. 그런데 이틀 지난 월요일 올챙이 수조 안에는 10마리만 남아 있었다. 아, 또 잡아 먹힌 건가...  (배가 고프면 지들끼리 잡아먹는다.) 계곡물로 갈아주고 마리모 영양제를 넣어줬다. (현재 9마리 ㅠㅠ)



포틀랜드에서 산 Hello Nature라는 액티비티 북을 꺼내 올봄 자연 활동들을 기록했다. 봄에 핀 꽃들을 수집하고 세밀화 그렸던 종이를 붙이고, 올챙이 관찰 일지를 써보았다. 봄/여름/가을/겨울 순으로 구성된 이 책을 완성해볼까 한다.


이런 것 외에도 아이는 유튜브 놀이도 좋아한다. 펭수처럼 만들어 주고 싶은 건지 펭귄 인형 매직이의 브이로그를 촬영한다. 주로 먹방이긴 하지만. 매직이는 생선류를 좋아하고 아이스크림, 오렌지 과일도 잘 먹는다. 꽁이가 하는 건 죄다 따라 하고 싶은 남동생 캐릭터다. 재미로 만든 이 영상들 실제로 유튜브에 올리진 않았지만 뭔가 미래의 씨앗을 심는 기분이다.




#코로나키즈의미래

2040년 코로나 키즈의 미래 세상을 예측하는 기사가 화제가 되고 있다. 원격수업, 원격진료,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사회에 벌써 적응한 아이가 살 미래가 그대로 그려진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신종 바이러스와 미세먼지 같은 환경오염 속에서 아이는 컸을 테고, (마스크 착용으로) 립보다는 아이 메이크업이 중요할 것이고, 대면 또는 전화보다 채팅이 편하며, 학업과 일, 개인생활이 모두 이뤄지는 집이라는 공간이 더욱 중요할 것이다. 아이 하나에게 침실, 공부방, 놀이방 등 세~네개가 필요할 지도. 집 밖을 나가지 않는 미래 세상의 집콕러들은 AI의 도움 속에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갖춘 어른으로 잘 살아갈 수 있을까? 나는 어떤 집, 가정을 유지하고 살아야 할까?


이처럼 오늘의 엄마에게 가장 중요한 역할은 코로나 키즈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내가 살아보지 않은 미래의 세계에서 잠시 나에게 와 있는 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지 기대가 되면서 걱정도 된다. 가령 코로나19 속에 아이 명의의 주식계좌를 오픈하고 우량주들을 사는 부모들이 꽤 많았다. 삼성전자가 바닥을 칠 때 동학개미들을 따라가지 않았던 나는 코로나 키즈가 맞닥뜨릴 비대면 사회를 대비해 아이에게 주식/금/달러/가상화폐 등 money 교육도 시켜야한다. 2040년 엄마 나만 삼전 주식이 없다며 울지도...




#코로나속에도_어린이날은온다

코로나 키즈도 어린이날은 반갑다. 매년 가던 성남시청 행사도 취소될 텐데 올해는 뭘 해야 할까? 어린이는 이미 본인의 선물 목록을 얘기했다. 아빠는 소풍가방을, 엄마는 우주 리락쿠마를 사줘야 한단다. 자전거 타고 놀이터 갈 때마다 적당한 가방이 없었는데 피크닉 매트가 포함된 소풍가방을 주문했다. 문제는 엄마가 준비해야 하는 우주 리락쿠마다. 넷플릭스에서 '가오루 씨와 리락쿠마'를 보고 나는 리락쿠마에 대해서 몰랐던 세계관에 흥분했고, 이 감정은 아이에게 전해졌다. 잠깐 보여줬는데 아이는 몰랑이를 잊고 리락쿠마에게 빠졌다. 마침 집에는 선물 받은 코리락쿠마 2마리가 있었는데 그중 우주 코리락쿠마의 짝꿍이 필요하단다. 키도 더 큰 우주 리락쿠라를 찾았으나, 국내 제조사엔 재고가 없어 쇼핑몰들에서 퇴짜를 맞았다. 일본 아마존을 거쳐 미국 아마존에서 발견한 우주 리락쿠마, 한국행 비행기 태워 데려 오니 좀 늦을 거라고 했다. 코로나 중포근하고 따뜻한 쿠마들이 있어 다행이다.


손꼽아 기대리는 우주 리락쿠마


코로나19의 긴 겨울 속에서도 아이들은 봄처럼 놀았다. 완화된 사회적 거리두기가 5월 5일까지 연장되었다. 마침 5월 1일은 개교기념일이다. 온라인 개학 중에 휴교라니... 황금연휴 후엔 학교에 갈 수 있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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