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2 2020년 4월 2일
#사회적거리두기(feat.꽁이)
코로나19가 만우절 위트까지 사라지게 했다. 한 엄마는 단체 카톡방에 교육부가 9월 개학으로 연기했다는 속보 뉴스를 보내왔다. '허걱'하며 심장이 철렁하는 엄마들이 많았다. 바로 어제 온라인 개학한다고 브리핑했는데 속보라니 나는 만우절 장난이라고 생각하며 유쾌하지 않았다. 이런 장난에 식겁하는 걸 보니 개학이 미뤄지는 건 싫었나 보다.
2월 중순부터 꽁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을 들어왔다. 사람들이 모이는 실내엔 가지 않는다. 이 '실내'라는 단어에 많은 것이 내포되어 있다. 학교, 학원, 키즈카페 등... 그리고 밥은 집에서 해 먹고, 대중교통은 이용하지 않고, 아주 급한 일이 아니면 병원과 약국도 자제하는 것.
6주간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면서 나는 어느 레벨로 실천하고 있는 사람인지 보였다. 이 모습이 아마 내 속에 숨겨져 있던 또 다른 부캐일 것이다. 나는 6주간 집콕만 하진 않았다. 실내 공간인 학원, 키즈카페, 백화점, 마트 등은 절대 가지 않지만, 공원과 놀이터를 산책하고 자전거 타는 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기에도 원칙은 야외도 평일엔 나가되, 주말엔 가능한 집콕을 고집한다는 것.
이 Social Distance 중에서도 고민되었던 건, 집으로 아이의 친구들을 초대하거나 꽁이가 친구 집에 놀러 가는 것이었다. 종종 믿을 수 있는 나의 절친,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아파트 단지 내 집을 몇 군데 오가며 놀고 있었다. 어제부터는 청소년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이 재난 문자로 오기 시작했다. 그중 하나가 친구를 초대하지 말라는 것. 또다시 개학이 4월 20일로, 그것도 랜선으로 하게 된다. 나와 꽁이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킬 수 있을까?
#벚꽃입학NO
어제 아침에 일어나 4월 달력으로 바꾸면서 꽁이가 물어본다. "다음 주 월요일엔 학교에 가지?"라고. 달력엔 3월 2일, 3월 9일, 3월 23일, 4월 6일에 동그라미가 쳐져 있고 그 아래 입학식이라고 쓰여있다. 학년별로 개학이 순차적으로 연기되어 꽁이는 4월 20일 온라인 입학을 하게 된다. 학교에 입고갈 예쁜 옷보다 화상 카메라에 잘 나올 예쁜 룸웨어를 쇼핑해야되나.
요즘 집 주변은 벚꽃이 절정이다. 올해 벚꽃의 꽃말이 입학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마스크나 코로나로 바꿔야 할 듯싶다. 벚꽃입학생도 되지 못한 꽁이는 아카시아입학생, 장미입학생 등이 되겠지.
학교를 못 가니 학원도 못 간다. 매일 다니는 특공무술 무예원에서는 개학을 기다리기 지쳐 4월 13일에 희망 원생에 한해 오픈한다고 연락이 왔고, 토요일에만 가는 수영 학원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다. 그나마 수요일마다 만나는 학습지 선생님이 현재 유일한 쌤이시다.
#친구초대YES
엄마는 나의 절친이고, 엄친딸은 꽁이의 절친이다. 이 친구와는 열흘에 한번 정도 서로 집을 오가며 아이들을 함께 놀게 하고 있다. 그리고 같은 아파트 단지 내 꽁이 친구 집에도 가끔씩 방문해서 놀았다. 손발을 자주 씻고 마스크를 끼고 놀기도 한다.
#캠핑YES #키즈까페NO
코로나19가 시작되면서 자주 가던 키즈카페에서 문자가 온다. 5팀 이상일 경우 전체 대관을 해준다고. 아는 사이끼리만 사용할 수 있으니 안심하고 노세요라는 의미인데 왠지 집에서는 놀아도 키즈카페를 가긴 껄끄럽다. 주변 지인들은 일주일에 한 번씩 키즈카페 렌털 해서 논다고 한다. 요즘 날이 좋아 캠핑장도 성수기 수준이다. 우리만 모여 사회적 거리두기가 가능하니 인기인 듯.
#산책&라이딩YES
나와 꽁이는 우리 동네 산책 루트를 탐방하기도 하고, 새로운 곳도 찾으러 나선다. 봄방학 중에 우린 맘에 드는 라이딩 코스를 발견했다. 도시락을 준비해 나가서 2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면서 봄이 오는 과정을 찬찬히 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버드나무 가지엔 연둣빛이 돌고, 아름다운 벚꽃과 개나리 터널길을 달려본다.
#대중교통NO #백화점&마트NO
성남시에서 운영하는 2층 버스를 타본 적이 있다. 남한산성에서 출발해 성남시 명소들을 둘러보는 버스 맨 앞자리에서 나무와 부딪힐까 봐 두근두근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길을 2층 버스를 타고 구경하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마다 가던 백화점도, 마트도 안 간 지 꽤 되었다. 인근 슈퍼에서 배달을 시키거나 쓱배송을 이용하고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현백 회전목마 쿠폰은 유효기간이 만료되었고 자주 사먹던 치즈 타르트도, 아이스크림도, 떡볶이도, 식품관 내 꽁이의 먹킷리스트들도 그립다.
#외식NO
그 좋아하던 돈까스집도, 중국집도, 맥도날드도 안 가겠다고 한다. 말로는 엄마가 해주는 음식이 젤 맛있다고 하는데 사회적 거리두기에 대해서 아이가 공포를 느낄 정도로 설명했나 싶다. 테이크아웃했던 본도시락과 부대찌개 말고, '맛'있는 '멋'있는 외식을 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