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9 2020년 3월 30일
#시간표대로
3월 23일 월요일, 원래는 학교에 가야 하는 날이지만 입학이 2주 더 연기되는 바람에 우리는 집에서 하루 시간표를 그리고 있었다. 시간표를 해보지 않은 꽁이에게 A4 용지에 큰 원을 그린 뒤 시계처럼 눈금을 24개 그어보라고 설명했다. '시계는 눈금이 12개인데 왜 24개를 그어?'라고 물어오는 아이에게 하루는 24시간이고 시곗바늘이 2바퀴 돌아야 하루가 된다고 설명해줬다. 엄마가 초등학생 때는 방학이 시작되면 늘 이렇게 시간표를 그려서 이대로(?) 지키려고 했다며 얘기해줬더니 나도 하겠다고 한다.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날까? 오전에는 뭘 할까? 오후엔 뭘 해볼까?’ 얘기한 뒤 그동안 집콕 해왔던 생활 패턴이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2주 뒤 학교 갈 새로운 루틴도 고려해 시간표를 완성했다.
마침 담임선생님도 아이들의 입학이 연기된 이후 집에서도 참고할 만한 내용을 보내주셨다.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표를 알려주시며 1) 스스로 책 읽기, 2) 한글 및 수 개념 익히기, 3) 놀이(아이가 좋아하는 모든 놀이 활동), 4) 점심 식사 시간을 가정에서도 비슷하게 유지해달라고 부탁하셨다.
우리의 시간표대로 5주 차를 보내 보았다. 오전엔 EBS와 유튜브 수업을, 오후엔 아이가 놀고 싶은 놀이들을 집 안팎에서 하면서...
#랜선입학이라고?
4월 6일 개학에 대해서 여러 곳에서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9월 코스모스 개학을 해야 한다느니, 온라인 개학으로 원격 수업을 하자느니, 수업을 이부제로 하자느니, 급식을 하지 말자느니 ... 뭐 어느 것도 100% 방안은 아니지만 난 솔직히 온라인 개학만 반대다.
학교에서도 연일 학부모 설문조사가 e-알리미로 날아왔다. 학사일정을 줄이는 교육부 지침에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름방학, 겨울방학, 수업일수 등 구체적인 의견), 급식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원격 수업이 가능한 인프라가 가정에 구축되어 있는지... 뭔가 온라인 개학을 추진하는 듯한 불안함이 몰려온다.
지금도 넘치게 EBS와 유튜브로 수업을 하고 있다. 담임 선생님도 매일 알림장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들을 보내주신다. 링크를 타고 들어가면 학교 생활 가이드, 한글 및 수 공부, 책 읽기, 종이접기, 동요 부르기 등 다양한 내용이 있긴 하다. 학교를 가지 않는 동안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동영상 콘텐츠이긴 하지만, 오전 1~2시간을 내내 EBS와 유튜브로 공부하라고 떠밀리는 아이들이 참으로 안쓰럽기도 하다. 영상을 보고 나면 '나 역시 공부시켰구나'라는 안심과 '엄마 말 잘 듣고 공부했지'라는 당당함이 자리 잡는다. 인터랙티브한 반응이 없는 이런 교육이 어릴 때부터 자리 잡는 게 과연 좋을까 싶다. 오프라인 입학이 늦춰지는 게 좋을까, 랜선으로라도 입학을 하는 게 좋을까? 오후에 또 교육부 브리핑이 있으니 기다려보는 수밖에.
#1학년을_위한_책
선생님이 1학년을 위한 책 리스트를 보내주셨다. 보통 꽁이는 자기 전에 책을 2~3권 정도 읽는다. 엄마나 아빠가 읽어주면 한 권 정도는 스스로 읽는다. 글자 수에 따라 다 읽는 날도 있고, 한 페이지씩 나눠 읽기도 한다. 선생님은 아침에 일어나 스스로 책 읽기 습관을 길들이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과 함께 등교하면 혼자 책 읽는 시간이 있으니 추천 도서를 미리 보내주신 것 같다. 리스트를 보며 우리 집에 있는 것들을 골라내고, 없는 책 중에서 지금 읽으면 좋을 책을 몇 권 주문했다. 이 중에서 1학년을 위한 동시를 매일 아침마다 3개씩 읽는데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동시가 너무 예뻐서 나는 계속 한 번 더 읽어줘 라고 부탁한다.
#우리들은1학년
요즘 아파트 놀이터나 주변 공원에 많은 아이들을 나와 놀고 있다. 꽃이 피는 아름다운 계절에 집콕하던 아이들이 스트레스도 풀 겸 잠깐씩 나와서 놀다 보니 이렇게 많은 애들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8살 정도로 보이는 애가 있나 레이더를 돌리고 있고, 꽁이 역시 자기와 비슷해 보이는 아이들에게 몇 살이야? 어느 학교 가?라고 종종 물어본다. 그렇게 8살 친구들도 인사하고, 누가 같은 학교인지, 반인 지 찾는다. 반 배정 문자가 왔을 때 자기만 혼자 3반이 되었다며 울던 아이는 씩씩하게 새로 만난 친구들을 관찰한다.
어느 날 오후 학교로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갔다. 학교 교문은 열려 있었지만 교실로 들어가는 문은 모두 닫혀 있었다. 학교 놀이터 그네에 앉아서 학교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꽁이에게 물었다.
"꽁아, 우리 저번에 1학년 교실 찾으러 3층으로 갔잖아. 1학년 3반 교실 어디에 있는지 찾아볼까?"
"엄마 저기 아닐까? (화장실처럼 보이는 곳을 가리키며) 3층 세 번째 교실."
"왼쪽부터 1반, 2반, 음... 저긴 화장실 같아~ 그때 교실 중간에 화장실 있었잖아!"
"아 맞다. 그럼 제일 가운데 교실?"
"어 엄마도 저기 같아. 바로 시계 밑에 교실~ 꽁이 교실이 제일 가운데에 있고, 시계 바로 밑에 있어서 좋겠네~"
"응. 너무 좋아"
그렇게 건물 뒤에 우유 보관 냉장고와 급식 준비하는 조리실 위치도 둘러봤다. 학교 앞 참새방앗간인 문방구 안에 고양이가 있는 걸 발견하고 편의점에 들러 버스카드에 충전도 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학교 끝나고 도서관에도 가고, 공원도 가고, 편의점이나 분식집에서 간식도 사 먹고 그러자! 꽁이가 자신의 루틴을 찾는 것처럼, 나도 나의 루틴으로 돌아갈 날을 기다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