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의 워킹 홀리데이는 청춘이 아니다(?)
* 런던에 있는 British Library
나는 8년 차 직장인이다. 대학교 졸업하고 곧바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만 7년 동안 노예생활을(?) 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경력 기간 동안 나는 3번의 이직을 했고 첫 회사 3년을 제외하고 그다음 회사는 줄줄이 1년, 10개월, 2년 다소 짧은 재직기간을 가졌다. (게다가 중간에 1년 정도 개인 사업도 했음) 이렇게 화려한 이력을 가진 것도 모자라 나는 3일 전에 한국에서의 모든 삶을 뒤로하고 영국 런던으로 왔다.
사실 나는 이직 경험이 비슷한 연차인 사람들 대비 많은 편이기 때문에 이직 자체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다. 계속 누차 강조하는 나의 MBTI는 ENFP이기 때문에, '계획'이나 '준비'라는 단어와는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이다. 다르게 말하면 실전에 굉장히 강한 편이라는 것인데, 그래서 그런지 모의 면접을 해본다거나 스크립트를 써본다거나 등 인터뷰를 따로 준비를 해본 적은 없었다. 오히려 철저히 준비하면 머리가 새하얘지는 스타일이라 그날의 분위기나 면접관의 스타일에 따라 임기응변으로 대답하는 편이었다. 서류에서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면접에서는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었다. (자랑 맞음)
근데 영국에서의 이직 준비만큼은 웬만한 면접을 두려워하지 않는 나도 무섭고 두렵다. 그도 당연한 것이, 한국에서는 당연히 유창한 한국어로 임기응변이 가능한데 여기서는 내 모든 것들을 영어로 표현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영국의 구직 시장이나 면접 분위기 등 모든 것이 내가 경험해 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이기 때문이다. 난 정말 준비하면 머리가 하얘지는 스타일인데, 이번만큼은 준비를 하지 않으면 정말 큰일이 날 것만 같아서 준비를 철저히 해보려고 마음을 먹었다. 준비를 너무 많이 한 나머지 자연스럽게 자동 응답기처럼 대답이 튀어나오게 되면 괜찮지 않을까라며 혼자서 열심히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보는 중이다.
나를 열심히 어필하기 위해 이전에는 해보지 않은 모든 방법들을 동원하는 중이다. 우선, 링크드인 업데이트하고 전 직장 동료들, 사수들에게 연락해 레퍼런스도 받고 있는 중이고, 하얀 종이에 검은 글씨로 단순히 이력을 나열하는 재미없는 방법 대신 포토샵을 켜서 세련된 CV를 디자인하고 다듬는 중이다. 그리고 내가 여태까지 했던 프로젝트들을 영끌해서 노션에 포트폴리오로 정리하고 있다. (잦은 이직의 장점은 써먹을 거리가 많다는 것) 한국에서는 정말 자신감 하나 빼면 시체였는데, 타지에 나오니 괜히 작아지는 나 자신 때문에 속상하다. 그렇지만 It's just a phase라고 되뇌며 나중에 또 보란 듯이 런던에서 커리어를 쌓아 나가는 내 모습을 상상하며 오늘도 나를 믿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난 나를 믿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친구와 British Library에 왔다. 친구는 현재 런던에서 직장인이고 최근에 승진도 한데다가 커리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자격증까지 공부하는 정말 멋진 여자다. 주변에 이런 멋진 사람이 함께 한다는 것은 정말 복이다. 나도 그녀와 나중에 웃으면서 회사 욕을 하게 될 순간(?)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