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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 기계 Maquina (2006)

재기 발랄함일까, 묵시록적인가?

재기 발랄함일까, 묵시록적인가? 발칙하고 발랄해서 재미있다. B급 컬트 영화의 사이버 펑크 장르, 사디즘 마조히즘 스타일


오랜만에 정말 그로테스크한 영화를 봤다. 예전부터 사이버 펑크 장르에 관심이 있었기에 별 생각 없이 감상했다가 너무 기괴한 영화라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 인상을 남겼다. 근래 본 영화 중에 가장 기분 나쁜 영화다. 그리고 이런 인상을 진하게 남겼다는 것은 그만큼 감독의 의도대로 잘 만들었다는 방증이기도 할 것이다.  딱히 SF 영화도 아니고, 일반적인 사이버 펑크 영화처럼 음침한 미래 도시를 그려내는 영화도 아니다. 굳이 사이버 펑크적인 요소를 찾자면 그저 몸이 금속화 되면서 변해간다는 정도이다.  


기괴한 모습의 이미지들로 가득 차 있는 도시 그리고 여자. 이 아파트의 기묘한 내부와 이상한 그녀의 이상한 행동, 영화에는 나오지 않지만 뭔가 부도덕한 관계를 하는 여자일 것이다. 이 장소 역시 그런 부도덕한 관계의 밀회일 것이고, 도덕적으로 타락한 여성에 대한 복수일까? 여자는 욕실에서 샤워하는데 웬 복면을 한 남자가 그녀의 배를 가르더니 이상한 기계를 자궁 속에 넣어버렸다. 기계 녀석은 날카롭고 다부진 이빨도 가지고 있다. 그녀가 궁금해서 살짝 손을 넣었더니 손가락을 앙큼하게 깨문다. 이번에는 당근을 넣었더니 회를 쳐 놓는다. 그녀가 사랑하는 그와 뜨거운 사랑을 나누는데, 이 남자를 당근처럼 회를 쳐 놓은 녀석!!   같이 함께 하기 두려운 이 녀석과 그녀는 함께 살아야 한다. 뭔가 굉장한 무기를 가진 듯하다. 모든 생명의 근원 혹은 대지라 불리는 여성의 내부에 괴이한 기계가 등장했다.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아니라 생명을 파괴하는 이 무시무시한 녀석과 동거는 어찌 될 것인가? 


영화는 이미지 전체의 구성, 편집, 촬영이 관객의 신경을 자극하며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가장 밀도가 강한 순간은 전혀 다른 장치를 이용해 표현한 흥미로운 작품으로 이 섹션에서 가장 강력한 작품이다. 초창기 나인 인치 네일스(Nine Inch Nails)를 연상시키는 차가운 인더스트리얼 장르의 음악을 삽입곡으로 긴장감을 유도하는 데 사용한다. 이 사운드 트랙들은 그로스팅한 영상과 맞물려 굉장히 어둡고 음침한 인상을 주며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날이 선 긴장감을 가지도록 한다. 


재기 발랄함일까, 묵시록 적인가? 발칙하고 발랄해서 재미있다. 이유는 모르겠다. 그러나 조금은 오싹한 분위기와 무표정, 스릴러, 호러, 애니메이션, 코미디가 고루 섞인 이 단편은 영화적이다. 그래서 보는 재미도 있고 흥미롭기도 하다. 다만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한다고 해서 이 영화를 즐기지 못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이해하지 못할 일들이 세상에는 많고 <기계>의 존재는 그저 살짝 앙큼한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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