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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 헌팅데이, Hunting Day

우연히 시작된 비극

우연히 시작된 비극, 상상보다 거대한 파국. 파멸을 부르는 허망한 핏빛 복수극 생존을 위해 서로 물어 뜯는 사람들의 비극을 다룬 무언의 서스펜스 스릴러 복수를 차가울수록 허망하고 지독하다.


영화의 시간적 배경인 서부 영화에서 볼 것 같은 조금은 낯설 수도 있는 장면들이 영화를 가득 채운다. 물론 미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직도 도시화 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지역들이 많기는 하지만 당연히 미국 대부분은 본 영화에서 그려지는 그대로였겠지요. 앞서 언급한 인공 조명 없이 자연 광 만으로 거대하고 위협적인 대자연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밀렵꾼들은 동료들과 함께 사냥하고, 한 노파에 교회에서 열심히 기도하고 있다가 갑자기 탕! 총소리가 들리면서 영화는 무슨 일인가? 호기심을 자극하며 시작한다. 밀렵꾼 사냥꾼이 숲에서 죽은 채 발견되면 사냥꾼 딸과 정신병자인 아들은 그의 죽음 뒤에 숨겨진 진실을 찾아 복수하기 위해 나서고, 아버지랑 같이 간 동료들의 집을 습격하여 동료를 납치해 아버지를 죽인 복수를 하고자 한다. 그 때 동료의 어린 딸이 총을 들고 나타나 아들을 겨누는 순간, 잡힌 동료들이 아들에게 달려들었다가 아들은 살해된다, 총알을 장전한 딸과 사냥꾼의 아들은 서로 총구를 겨누며 총알을 탕! 발사한다.. 


이 영화는 복수에 관한 영화다. 확실히 웬만한 복수 영화 수준은 넘는 유혈과 액션이 나오고, 무엇보다 복수가 지독하게 이루어진다고 할 때, 여타의 복수 영화이면서 복수 영화를 넘어선다. 이 영화는 복수를 기본 구조로 하면서 인간의 고통을 섬세하게 포착하고 인간의 삶을 성찰한다. 이 영화는 다른 복수영화보다 훨씬 잔인하고 무거운 내용으로 전개된다. 어린 딸이 붙잡혀 있는 아빠를 구하기 위해 총을 쏘는 장면은 이런 스릴러 영화를 즐겨보는 나에게도 소름 돋는, 안타까운 장면이다. 


영화 안에서의 복수 철저하게 동태 보복 법 이라고 하는 ‘탈리오 법칙’(lex talionis)을 따른다. ‘탈리오 법칙’은 흔히 “이에는 이”라는 말로 알려져 있다. 복수를 마쳤을 때, 정말 온전히 그 상처를 털어낼 수 있을까, 과연 복수란 게 옳은 선택일까, 고민하게 만든 영화였다. 인간은 복수에 대한 궁금증을 끊을 수 없을 것 같다. 말이 생각하며 또 어떤 아이러니와 어떤 잔인함으로 복수의 모순을 그려내는 건 늘 힘겨운 일이다. 


복수라는 진통제가 사라지면서 더는 삶의 고통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최종적 복수는 복수할 것을 아무것도 남기지 않은 최상의 복수일 텐데, 그때는 타인의 고통을 지켜보는 것 말고 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 완벽한 복수 이후에 남은, 적의 완벽한 고통은 진통제가 되기 힘들다. 최종적으로 복수의 시작이었던 죽음이 허망한 죽음이었다는 걸 마지막에 관객에게 허탈함을 던져준다. 인과응보. 단편 영화, 광고 및 뮤직비디오를 전문으로 하는 감독은 뿌리대로 거두는 핏빛 복수 극의 결말은 늘 허망하다. 복수가 차가울수록 더욱 지독하고 허망할 뿐이라고 영화에서 말하고 있다. 영화에는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또 다른 반전으로 우릴 허탈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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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it.ly/38itM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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