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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영화 리뷰] 밤의 숲에서 마주하는 공포

늑대가 온다 Here comes the wolf (2020)

밤의 숲에서 마주하는 공포, 두 소녀를 쫓는 #늑대가_온다


잔악무도한 살육이 자행되던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유대인 소녀 사라와 안나가 숲속으로 향한다. 단둘이서 밤의 숲을 통과하기로 한 이유는 단 하나, 독일군의 감시를 피해 멜룬 역으로 가기 위해서다. 집단으로 움직이면 더 위험하다는 아버지 말을 따르기로 결심한 사라와 달리 안나가 망설이며 잠시 발길을 멈춘 찰나, 불길한 소리가 들려온다.   


저 먼 곳의 어둠에서부터 서서히 군용차가 다가오는 소리! 겁에 질린 소녀들은 전속력으로 달아나지만, 애석하게도 그들이 몸을 숨긴 바위 근처에서 차가 멈춰선다. 더욱 두려운 건 바들대던 소녀들이 들고 있던 물병을 떨어뜨리자마자 들려오는 낯선 남자들의 목소리와 군홧발 소리다. 


심지어 한 군인은 소녀들이 숨어 있는 바로 그 바위 위를 잠시간 맴돌다 떠나는데 이 지점에서 영화의 특징이 드러난다. 공포의 대상을 직접 보여주기보다 군홧발 소리와 손전등 불빛, 군화만 클로즈업하는 정도로 표현하는 대신 소녀들에게 더욱 포커스를 맞춰 온전히 몰입하게끔 하는 거다. 필자 역시 숨죽여서 상황을 지켜보다가 군용차가 떠나는 소리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위기를 겪고도 흔들리지 않는 사라의 의지가 안나를 숲길로 이끌던 와중에 지척에서 맹수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고, 소녀들은 무작정 내달리기 시작한다. 예기치 못하게 만난 늑대가 그들을 외딴 오두막으로 이끌기 전까지. 안온한 불빛과 따스한 식사가 함께하지만, 결코 '나의 집'은 될 수 없는 낯선 타인의 공간, 어쩌면 공용의 공간으로 인식되는 '숲'보다 더 위험한 곳으로 오두막으로 무단침입한 둘은 총을 든 할머니 아델과 마주친다.  

이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건 사라가 아닌 안나다. 단둘이 밤의 숲길을 걷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사라와 달리 밤의 숲을 두려워하며 다른 이들과 함께하길 원했던 안나인 만큼 그들이 유대인인 걸 알아채고 머뭇거리는 아델에게 떨면서도 "도와주세요"라고 호소한다. 다행히 아델은 총알 대신 음식을 대접하고 오두막에 잠시 따스한 기운이 감돌지만, 독일군 뮬러 대령과 카플러가 오두막 안으로 들어오면서 평화가 깨어진다. 


식탁에 둘러앉은 두 명의 독일군과 두 명의 유대인 소녀. 묘한 대치 속에서 마음을 다잡으려 애쓰던 사라는 대령이 전리품 자랑하듯 꺼낸 시계가 아버지 것이란 걸 깨달은 순간 소리 없이 절규한다. 허나 결코 들켜선 안 되는 만큼 사라는 떨리는 손으로 사과를 꾸역꾸역 자르는 것으로 감정을 숨기려 애쓰고, 바로 그 기이한 태도에서 대령이 사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일촉즉발의 상황! 아델이 소녀들이 잘 시간이라고 분위기를 환기하지만, 과도를 품에 몰래 숨긴 채 방으로 들어간 사라와 그녀를 의심하기 시작한 대령 사이 충돌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일 터. 스산한 밤의 숲, 외딴 오두막으로 숨어든 두 소녀는 그들에게 다가온 두 마리 늑대를 무사히 물리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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