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별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
이별은 서로에게 아프다. 누구나 사랑을 해봤고 이별해봤다. 그렇기에 본 영화는 가슴 깊은 곳에 있던 이별의 상처를 불러일으킨다. 잊었던 첫 사랑의 향수와 함께 이별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든다. 누구보다 특별하고, 누구보다 깊은 사랑을 나눴다 느끼던 연인들도 언젠가 반드시 이별을 맞이한다.
특별하다고 느낀 사랑은 헤어질 때도 특별할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이별 후 노래를 들을 때 공감하듯이, 사랑하는 사람이 이별 후 겪는 아픔 또한 충분히 타인들과 공유된다. 그러나 공감된다고 해서 그 사랑의 가치가 폄하되는 것은 아니다. 그 고유성만큼은 누구도 건드릴 수 없다. 둘만의 사랑이 다른 이에게 해석될 순 있지만 체험할 순 없기 때문이다.
영화 ‘이별을 받아들이는 다섯단계, Five Steps to Accept Farewell (2016)’ 는 동성애자인 여고생들의 이별을 담은 이야기이다. 동성커플인 은민과 예주는 2년 동안 연인사이였다. 하지만 어느 날 예주는 사랑하는 남자가 생겼다며 상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여기서 은민은 처음에는 부정을, 나아가 분노, 타협, 우울, 절망(수긍)을 나타내며 이별을 받아들이는 5가지 과정을 보인다.
사실 예주는 애초에 이성애자였다. 이런 그녀가 왜 은민과 사랑에 빠져 2년의 연애를 했던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그녀를 좋아했기 때문이다. 극 중 대사에 나오듯 예주는 그녀를 좋아했기에 사귀었고 그녀가 좋아했기에 자신도 좋아졌다고 말한다. 사랑했기에 그녀의 바탕까지 좋아졌던 것이다. 하지만 은민은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예주가 자신을 속였다고 생각하고 그녀와의 이별을 시도하지만 아직 그녈 사랑하는 마음에 받아들이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수긍하고 만다.
둘이 헤어진 후, 예주는 자신이 사랑에 빠진 남자와 만난다. 그러나 표정이 암울하다. 결국 이별의 아픔에 그녀 또한 자리에 서서 울며 영화는 끝난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관계를 표현함에 있어, 동성과 이성의 연애사이에 차별을 두지 않는다. 순수하게 사랑에 바탕을 둔 연인관계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때문에 둘이 나누는 대화나 행동은 다른 이성커플과 다르지 않다.
영화의 대사가 마음에 꽂혔다. ‘네가 좋아하기에 나도 좋아졌다’, ‘원래 소심하고 우유부단하지 않았냐’ 등이 기억에 남는다. 은민에게 예주는 소심하고 우유부단했던 사람으로 기억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이기적으로 대하고 강단 있게 구는 사람은 없다. 사람은 사랑하는 이 앞에서는 모두 소심해지고 우유부단해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이가 생기면 그녀의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인다. 더불어 세상이 아름다워 보인다. 또한 그녀가 좋아하는 모든 것이 애초에 내가 좋아했던 것 마냥 나를 설레게 만든다. 사랑은 사람을 바뀌게 만든다.
사랑에는 이별이 찾아오더라도 진정한 사랑을 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큰 축복은 없다. 물론 사랑은 아름다움을 준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같은 감정을 주진 않는다. 사랑하는 이 때문에 분노하고 애타며, 때로는 노이로제에 걸리기도 한다. 모든 감정을 느끼게 한다. 사랑은 세상의 감정을 가르쳐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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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허브 플랫폼 인터뷰 진행 <이별을 받아들이는 다섯 단계 – 이예주>
안녕하세요. 각본, 감독도 하지만 연기도 하고 있는 21살 영화학도 이예주입니다. 최근에는 딩고와 바이럴 광고 작업을 배우로 같이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처음 시나리오를 쓸 땐 자기 얘기를 쓰는게 좋다고 해서 제가 고등학생때 친했던 동성 친구에게 잠시 혼란스러운 감정을 느꼈던 적이 있었는데 그 감정을 떠올리면서 시나리오를 쓰고, 화화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이 화가 5단계의 감정변화를 보여주는 롱테이크다 보니 NG가 나면 처음부터 다시 해야해서 테이크를 넘어갈 수록 감정이 많이 힘들었습니다. 30테이크 쯤 넘어갔을 때는 입술도 많이 부르트고 체력도 바닥나서 힘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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