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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리뷰] 약점이 힘이 되고 서툴고, 어색하고, 공감

약점은 당신을 지치게 하고눈물 흘리게 하고좌절 시킨다.

하지만 당신을 위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 세상을 사는 이들은 누구나 약점이 있다! 이보다 더 정확하게 인간의 특징을 규정하는 말이 있을까? 세상의 모든 사람은 저마다의 약점을 지니고 있다. 육체와 정신의 불구, 혹은 지체처럼 눈에 띄는 것에서부터 만족스럽지 못한 외모, 건망증, 음치, 몸치, 기계치 등 개인의 문제, 나아가 애정 문제, 인간관계의 갈등, 성격 문제, 재정난까지. 제아무리 완벽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약점 하나쯤은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아니, 이 모든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죽음이 예정되어 있다는 치명적인 약점은 피할 수 없다. 이처럼 약점은 우리 삶에서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요소 중 하나이다. 동시에 인간을 규정하는 특징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를 덮어두고, 외면하고, 멀리하려고만 한다. 그럴수록 약점은 더욱 강하게 우리의 삶을 파고든다. 


우리는 보다 완벽한 사람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사회는 무한 경쟁을 부추기며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약점은 쉬쉬하거나 외면해야 할 대상이 되고 말았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약점이 있다는,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진실을 억지로 덮어 두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약점을 딛고 당당히 일어선 사람들의 삶에서 우리는 진한 감동한다. 이들의 삶은 책이나 영화, 드라마 등 여러 가지 형태로 우리에게 전해진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눈부신 성공에만 관심을 기울일 뿐, 그들을 괴롭힌 약점에 대해서는 큰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 약점을 가진 이들은 결코 이들은 약점을 외면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약점에 당당히 맞섰고, 그 순간 놀라운 힘이 그들의 인생을 뒤바꾸었다.


 

어릴 적 내 별명은 툭하면 운다고 해서 울보겁이 많아서 겁쟁이 뭐 아무튼 별 게 다 있었다.

하지만 내가 그중 가장 싫어했던 건 엄마가 날 남기고 간 장소가 골목이라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평소 학급회장을 도맡아가며 남들에겐 매우 모범적인 이미지를 보여주며 살아가고 있는, 엄마가 남기고 간 골목이라는 별명이 있는 한서진. 


이름 한서진나이 18여고 재학 중가족관계.. 비어있음그렇다 난 부모가 없 다하지만 딱히 사는 데 지장 없고 신경 쓸 일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겉과 다르게 서진의 속은 그리 착하지만은 않다. 남몰래 불평, 불만을 속으로 삼키며 자신의 약점을 외면하던 서진. 어느 날부터 틈틈이 오는 전화, 받으면 끊는 누군가, 엄마라고 생각하고는 그 전화가 무척 신경이 쓰인다.  김도희, 작년, 엄마가 자살하고 나서부터 완전히 어긋나기 시작했다고 소문이 끊기지 않는 아이다. 그런 도희 앞에 자신과 다르지만 비슷해 보이는 서진이 나타나면서 서진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도희는 그런 서진에게 거스르는 애가 있으면 혼내 주겠다며 서진의 약점을 우연히 듣고 무리한 부탁을 계속해서 요구하며 괴롭히자 더는 견디지 못하고 불만을 토하는 서진   


나만 묻자 왜 하필 나야뭘 믿고 나한테 이러는 거야?

너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너 솔직히 나랑 비슷하잖아


 

자기가 제일 싫어하는 엄마 꿈은 꾼 서진은 도희를 보고 수군대는 애들에게 노트를 핑계로 싫다는 표현을 한다. 나란히 그네에 앉아있는 서진과 도희. 둘 사이에 묘한 거리감이 느껴진다. 서진은 조금씩 도희를 이해하고 아이들은 그런 서진이를 이상하게 본다. 서진을 이상하게 보는 건 도희는 서진에게 부탁한 걸 안해도 된다고 말한다. 그런 도희가 이상한 서진.   

그날 이후 학교를 잘 나오지 않는 도희. 서진이가 보육원에서 나오는 걸 안 지혜는 도희를 같은 것들이라 비웃는다고 말하자, 더는 침지 못한 서진은 달려들고, 둘은 머릴 잡고 싸운다. 


평생 감추고 싶었던 내 약점이 밝혀져 버렸다. 


놀이터 한가운데에 있는 서진과 도희. 도희, 얼굴엔 입술이 터진 자국과 멍, 볼엔 뺨 맞은 자국이 있고 다리엔 밴드가 덕지덕지 붙어져 있다. 서진, 도희의 얼굴을 더듬으며 행색을 확인한다. 그러다 발을 보곤 한숨을 쉬며 서로를 걱정하는 도희와 서진. 그만 살고 싶다는 도희에게 버럭 화를 내는 서진

순간, 서진의 휴대폰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린다. 서진, 휴대폰을 확인하자 엄마의 번호로 전화가 오고 있다. 서진, 휴대폰을 가만히 보다가 전화가 끊기는 걸 확인하곤 결심한 듯 핸드폰을 바닥으로 던진다, 그 순간 도희를 찾는 도희의 아빠

도희의 손을 잡고 뛰어간다.


이렇게 꼭 뛰어가야 해?

영화에서 보면 이렇게 뛰어가던데..!

  

이 영화는 친구에게 밝힐 수 없는 약점을 지닌 아이들이 그들의 약점을 약점으로 보지 않고 극복해가는 성장 드라마이다. 재작년 12월부터 머릿속에 있던 글을 영화로 완성하고 표현하고 싶었다는 미래의 꿈나무 감독은 약점은 표현하고 싶은 거, 담고 싶은 거, 취향이라 할 수 있는 요소들이 다 들어가 있어서 애착이 많이 가지고 연출한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화 ‘약점’의 이야기는 누구나 하나쯤 가지고 있지만 보편적이진 않은 약점을 다루며 방황하는 청소년을 등장인물들의 서사에 이입해 담으려 함으로 불안정한 그 인물들이 서로 연대하며 느끼는 감정들을 표현해내고 있으며,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우리 주위에서 볼 수 있는 이웃들의 이야기라 더욱 공감을 가지고 볼 수 있는 이야기다. 아직은 어린 연출 때문에 화면이 거칠고 배우들의 지속적인 감정이 몰입되지는 않지만, 그 서툴고, 어색하고, 공감되는 우리의 이야기라 더욱 영화의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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