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우행록 : 어리석은 자의 기록> 언론 배급 시사회를 다녀와서
1.
츠마부키 사토시는 그런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다. 갈 곳 없이 부유하는 감정, 어디에 탓할 수도 표출할 수도 없는 내면의 감정을 기어코 외부로 표현해낸다.
1-1.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씬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휘청이며 오열하던 그를 기억할 것이다. 혹은 이상일 감독의 <분노>에서 오갈 데 없는 분노와 불신으로 가득한 혐오사회 속에서도 촉촉한 눈을 가진 유우마로도 그를 기억한다.
혹자는 일본의 청춘스타 츠마부키 사토시를 <워터보이즈>나 하정우와 함께 나온 <보트>로 기억할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게 그 배우는 그렇게 기억된다.
이번 작품 <우행록>에서의 다나카도 그가 가장 잘 아는 캐릭터다. 다른 점이라면 이번 작품은 비교적 분노와 무기력의 동기와 대상이 명확하다는 것.
2.
영화를 보면서 이창동의 <버닝>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버닝>이 청춘들의 박탈감과 무력, 기댈 곳 없이 방황하는 분노의 종착지에 관해 다뤘다면, <우행록>은 그 어떤 죄책감도 나앉지 못하는 자리, 그곳을 향하는 불균질한 열등감이 분노가 되어 날카롭게 박히는 현대사회를 다룬다.
이창동이 <버닝>을 통해 한국사회의 방황하는 청춘들의 현실을 다뤘다면, <우행록>은 일본사회의 보이지 않는 계급과 인간관계, 그 사이의 열등과 분노를 다룬다.
그리고 그 중심축에 바로 츠마부키 사토시의 명확한 감정선이 큰 몫을 다한다.
* 우연찮게도 언론 배급 시사회 기자 간담회에서도 비슷한 질문이 나왔다. 물론 나 역시 <우행록>은 <버닝>처럼 방황하는 청춘의 얘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더 나아가 츠마부키 사토시 그가 말하길, 이 영화에서 그의 감정선은 다소 개인의 사건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듯 느껴졌다.
3.
<우행록>은 그런 영화다. 일본사회에 만연한 어리석은 계급주의, 관계의 기만과 폭력성에 역시나 어리석게 역동하는 사람들. 우린 영화 속 그 어느 누구에게도 편히 공감하며 기댈 순 없지만, 우린 사실 그런 사회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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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기에 수미상관을 이루는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와 엔딩 시퀀스는 굉장히 의미심장하다. 특히 이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는 꽤나 오래 기억될 듯하다. 죄책감 한 푼 느끼지 않는 사람과 죄책감이 들고 마는 사람. 사건을 손에 쥐는 사람은 언제나 전자다.
4.
이번 영화로 내한한 츠마부키 사토시는 나홍진 감독과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했다. 개인적으론 <조제, 호랑이, 물고기들>에서의 그의 얼굴을 좋아하지만, 이젠 어느정도 연륜이 쌓인 <분노>와 <우행록> 속 그를 생각하면 썩 괜찮은 조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