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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상명 Jul 21. 2019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영화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종말의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내가 나를 갉아 먹게 놔두던지, 차라리 뇌를 갉아 각색과 편집으로 기억을 헝클어둔 채 편히 잠들던지.

대개 그 둘 중 하나다.


"우리 그렇게 나쁘게 헤어지진 않았잖아."


뭐라도 어떻게든 붙잡으려 툭 튀어나와버린 말은, 손가락 틈으로 빠져나가는 모래처럼 한없이 흩어질 뿐이다. 이따금씩 흔들렸던 그녀의 눈이 바로 이 말로써 다시 또렷해졌다.


"나한텐 나빴어요. 기억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더 이상 흔들리지 않는 눈동자를 보고서야 난 깨달을 수 있었다. 이 사람을 이젠 정말 다시 볼 수 없겠구나, 정말 붙잡을 수도 돌이킬 수도 없는 사람이 되었구나.

말문이 막혀버린 내 앞에서,

"좋게 헤어지는 헤어짐이란 없어요."라는  마지막 말과 눈물 닦은 휴지 뭉치를 남긴 채 그 사람은 영원히 떠났다.


나는 그제야 슬펐다. 그제야 나쁘게 헤어졌다. 이제 나는 다시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영원히 슬플 것인지, 다시 기억을 헝클어둔 채 편히 잠들 것인지.

예감은 번번이 틀렸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슬퍼하는 자는 복이 있나니.


저희가 영원히 슬플 것이오.


팔복(八福) ㅡ『마태복음』 5장 3~12  / 윤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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