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얼마 전 남편의 회사 동기 집들이에 세 식구가 다 같이 다녀왔다. 부부 동반 테니스에서 숭이와도 종종 본 사이라 고맙게도 우리 셋을 다 초대해 준 것이다. 숭이도 익숙한 이모, 삼촌네 집에 간다고 하니 신이 나서 따라왔다. 예쁘게 꾸며진 TV방에서 좋아하는 애니메이션도 보다가, 같이 피자와 파스타도 먹고, 가져온 타투스티커를 손님들 모두에게 하나씩 해주더니 이내 안방 침대에 누워 잠이 들었다. 물론 한창 이야기하던 중간에 숭이가 부르면 우탄이와 번갈아 가서 요구사항도 들어주고 졸려할 때는 30분이 넘게 같이 누워 재워줘야 했지만 '우리 세 명 모두가 함께 즐거웠다'라고 할 수 있을만한 밤이었다.
집들이에 초대받은 또 다른 부부와 호스트 부부는 아이가 없지만 곧 갖고 싶어 했다. 그래서인지 숭이를 보면서 몽글몽글한 눈빛을 보내기도 하고 우리에게도 "너무 예쁘다, 다 키웠다"는 말을 많이 했다. 아마 우리를 보며 자신들에게 아이가 생겼을 때의 모습을 그려보았을 것이다.
그날의 집들이는 나에게도 잔상을 남겼다. 취향대로 꾸며진 깨끗한 집, 주말 근무를 하고 돌아온 아내를 맞이하는 남편, 각자의 취미를 즐기는 일상, 여유롭게 내온 음식을 같이 먹고 마시며 손님 초대를 즐기는 모습. 밖에서 운동을 할 때보다 집에서의 모습을 보니 나와 생각보다 더 큰 차이가 나는 삶을 살고 있다는 게 와닿았다.
가끔 20대 중반에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지 않았다면 나는 뭘 하고 있을까 생각한다. 그 당시에 명확히 뭘 해야 할지 정하지는 못했지만 늘 그랬듯 나는 내 길을 찾아서 뭐가 됐든 해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그날 봤던 것처럼 나도 여유롭고 멋진 일상을 살고 있었겠지? 그날의 잔상은 마치 이른 나이에 출산을 선택하지 않은 내가 다른 우주에서 살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이 이야기를 우탄이에게 했더니 "부러웠어? 난 진짜 하나도 안 부러워."라고 했다. 듣기 좋은 말이라고는 할 줄 모르는 성격이니 아마 진심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솔직히 우탄이는 남들보다 일찍 가정을 이루었으면서도 커리어도 잘 쌓고 있으니 실제로 부러울 게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다른 우주의 내가 궁금하다. 그리고 내가 놓친 기회와 발휘하지 못한 능력이 아깝다. 이건 아직 해결하지 못한 내 콤플렉스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우탄이와 숭이가 없는 우주는 어떤 화려한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나에겐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지금부터 내가 만족할만한 커리어를 만드는 것이다. 그 방법이 현재 직장에서 묘수를 찾는 게 될지 글을 꾸준히 써서 작가가 될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늘 그랬듯 나는 내 길을 찾아서 뭐가 됐든 해낼 것이다.
이 우주에서 우리 가족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