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직으로 되찾은 아이의 방학
맞벌이 부부가 잘 버티다가 무너지는 때가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시기라고들 한다. 영유아 때처럼 말이 안 통하는 것도 아니고 툭하면 열이 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럴까? 그건 바로 여름에 한 달, 겨울에 두 달간 이어지는 방학 때문이다.
나 역시 마의 1학년을 어찌어찌 잘 버티다가 겨울 방학 동안 학교 공사로 방과 후 수업도 없고 돌봄 교실도 임시 교실로 옮긴다는 말에 올해 계획에 없던 휴직을 하게 되었다. 1학년 여름 방학에는 학기 중과 똑같이 학교에 매일 가야 했던 숭이는 그때 사실 돌봄에 안 가는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말했다. 나는 여름 방학을 보상하려는 듯 겨울 방학 내내 여러 특강과 눈썰매장, 놀이공원 등을 바쁘게 데리고 다녔다. 그러다 보니 보람과 추억은 쌓았지만 정작 여유를 부리지는 못했던 것 같다.
그리고 1학기가 지나 다시 여름 방학이 왔다. 이번 방학에는 너무 더워 집에 있는 시간이 꽤 있었다. 숭이는 학기 중에는 보지도 않던 만화책을 꺼내와 뒹굴거리며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읽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아 이게 진짜 방학이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작정하고 해외여행을 가는 건 맞벌이일 때도 가능했다. 그러나 놀다가 놀다가 지겨워 그저 뒹굴거리는 시간은 오직 이 나이 때 방학에만 누릴 수 있는 여유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이렇게 딱히 뭘 하지 않는 시간을 얼마나 더 가질 수 있을까? 침대에 엎드려 만화책을 보는 아이를 보며 몇 번이라도 진짜 방학을 선물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