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보지 못한 내 집
(대단지 초소형 아파트를 분양받기까지의 이야기는
저의 첫 브런치북 <우리 ‘집’ 이야기>에 담겨있습니다!)
내 집을 갖고 싶었다. 운명처럼 찾아온 부동산 침체기에 초소형 평수에 청약을 넣어 당첨됐다.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이기도 했지만 39 타입(18평/전용 11평) 분양가가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였다.
시장 분위기가 안 좋긴 했는지 신청자 미달로 39 타입 일반분양에 당첨됐다. 당시에 축하한다고 말하면서도 걱정과 안타까움이 섞여있던 주변 사람들의 표정을 기억한다. 초등학생 아이가 있는 세 식구가 살기에 평수가 너무 작기도 했고 그에 비해 분양가가 비싸다는 이유였다. 그래도 우리는 집이 생겼다는 사실이 너무나 기뻤다. 본 적도 없는, 도면으로만 존재하는 내 집이 이렇게 큰 안정감과 기쁨을 준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모든 청약 당첨자가 입주 전에는 본인이 살 집을 직접 보지는 못한다지만 우리는 모델하우스에서도, 인터넷 견본주택에서도 우리 집을 볼 수 없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한 49 타입의 모델하우스를 보고 어떤 느낌일지 가늠해 봤을 뿐이다.
솔직히 49 타입의 모델하우스도 너무 작다고 생각했다. 1년이 지나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정말 작았던 거로 기억한다. 특히 작은 방은 침대는 들어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안방이나 거실도 필수적인 가구만 넣기에도 비좁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나는 아주 열심히 희망회로를 돌리고 있다. 천재적인 구조로 물건을 배치하거나 하루아침에 미니멀리스트가 된다면 셋이서도 전용 11평에 살 만하지 않을까?
입주를 두 달 앞둔 지금 애써 49입의 모델하우스를 기억에서 지우며 최상의 구조를 찾는 중이다. 희망적인 사실은 오늘의 집 3D 인테리어로 시뮬레이션을 해볼 수가 있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모인 소형 평수 단톡방이 있다는 것이다. 다른 단톡방과는 달리 29, 39, 49 타입 예비입주자들은 익명 속에서도 서로 고민을 나누고 으쌰으쌰 하며 그저 돈독하다.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데 몇백 명이 모여 고민하다 보면 뾰족한 수가 나올 수도!
이번 브런치북은 세 가족이 11평 집에 어떻게든 들어가 살기 위한 치열한 분투를 담을 예정이다. 집 꾸미기에는 관심도 없고 미니멀리스트와는 거리가 멀었던 우리가 해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