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난사람 Sep 29. 2024

3인가족 11평 아파트 입주일기-1

포기 못 하는 것들

우리 세 식구가 방 두 개, 화장실 한 개인 11평 아파트에 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뭘까? 작년에 친정집에 들어오면서 아이 책상세트 하나 빼고는 큰 물건을 모두 처분하고 온 터라 모든 것을 새로 사야 했다. 결혼 10년 차를 앞둔 이제는 취향대로 집을 꾸미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가전, 가구를 고르는 게 신혼 때보다 몇 배는 힘들었다.




나와 남편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을 추려 보았다. 나는 일상 대부분을 거실에서 보내는 리빙다이닝을 꿈꿨다. 식사는 물론 평상시에 각자 할 일을 할 때에도 거실에 모여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큰 식탁과 편한 의자, 책장을 두고 싶었다. 그리고 의미 없이 무언가를 보는 게 싫어 TV는 없었으면 했다.


남편이 원한 건 반대였다. 소파에 누워 TV를 보고 큰 화면으로 축구 게임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지금까지 내 의견대로 TV 없이 살았으니 이제는 큰 TV와 소파를 꼭 사고 싶다는 것이다. 둘 다 그동안 전셋집을 옮겨 다니느라 참았던 욕심과 첫 내 집에 실현하고 싶은 로망이 컸기에 한 치의 양보도 없었다. 합의가 안 된다면 타협을 할 차례였다. 우리는 가로가 3100, 세로가 3700 밖에 안 되는 거실에 TV, 소파, 식탁을 다 놓기로 했다.




며칠 동안 고민하다 찾은 방법은 모션테이블이었다. 소파-모션테이블-의자-TV 순으로 배치해 소파에 누워 TV를 볼 때는 모션테이블을 낮추고, 책을 읽거나 밥을 먹을 때는 올려서 거실에서 두 가지를 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모두의 니즈를 만족할 수 있는 묘수인 완벽한 모션테이블만 찾으면 됐다. 유명 가구 브랜드의 모션테이블, 모션데스크가 뭔가 하나씩 마음에 안 들던 차에 모션테이블을 오랫동안 제작해 온 한 중소기업을 발견했다. 그 주 주말에 바로 쇼룸에 방문했고 아직 홈페이지에도 안 올라간 세라믹 상판의 신제품을 그 자리에서 계약했다.


출처: 오늘의 집 3D 인테리어


손품에 발품까지 부지런히 팔아 발견한 이 모션테이블은 우리 집 꾸미기의 방향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세 식구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든 충족시켜 주겠다는 의지랄까? 비효율적이고 고집스러워 보일지라도 상대가 그토록 원한다면 기꺼이 답을 찾겠다는 것, 그것이 우리가 서로에게 보여준 존중이라고 생각하기에 이 모션테이블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진다.




모션테이블을 시작으로 우리는 여러 가지 타협점을 찾아가는 중이다. 화장실을 건식으로 쓰고 싶은 나와 그건 무리라는 남편의 의견을 절충해 샤워부스 밖은 최대한 건식으로 쓰기로 했고, 식기세척기는 꼭 놔야 한다는 나와 수납공간이 줄어드는 걸 걱정하는 남편의 의견을 반영해 주방에 아일랜드장을 놓기로 했다.


평소에도 신기할 정도로 생각이 다른 부부라 뭐 하나 쉽게 결정할 수 없지만, 서로 양보하고 타협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때로는 그냥 간섭 말고 나한테 다 맡겨줬으면 싶긴 하지만 어쩌겠나, 내가 그렇지 않은 남편을 고른 것을...

매거진의 이전글 3인가족 11평 아파트 입주일기-0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