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을 처음으로 본 날
청약에 당첨된 지 1년 10개월 만에 내 집을 실제로 볼 수 있는 사전점검일이 다가왔다. 평면도를 보며 상상만 해오던 집을 하루라도 빨리 보고 싶어서 3일 중 첫째 날 오전 시간을 예약했다. 요즘은 사전점검 업체를 많이 쓰지만 워낙 평수가 작기도 하고 직접 꼼꼼히 둘러보고 싶어 셀프로 진행하기로 했다. 1주일 전부터 준비물을 주문하고 영상을 보며 예습했다.
9살 숭이는 이전에 새 가구를 들이거나 어린이집 리모델링 이후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난 적이 있어 고민하다 데려갔는데 잘 한 결정이었다. 아이에게 사전점검 날은 푸드트럭에서 주는 솜사탕과 추로스를 먹고 풍선을 받고 새 놀이터에서 실컷 논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어쩌면 이사를 간다는 게 힘들 수도 있을 아이에게 신나고 즐거운 첫인상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다!
워낙 신축 아파트 하자에 대한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와서 긴장 상태로 들어갔는데 생각보다 깔끔하고 새집 냄새도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걱정했던 것보다는 거실이 좁아 보이지 않았다. 안심한 우리는 점심을 먹고 들어와 돗자리를 펴 숭이가 놀 수 있게 해 주고 사전점검을 시작했다.
나와 우탄이는 현관부터 함께 움직이며 1. 하자를 찾고 2. 스티커에 번호와 내용을 쓰고 3. 사진을 가까이에서 한 번, 멀리서 한 번 찍었다. 주로 선반은 잘 달려 있는지, 창이나 타일이 깨지지 않았는지, 문은 잘 열리고 닫히는지를 보았는데 이런 하자는 3-4개 정도 있었다. 나머지는 찍힌 자국이나 지워지지 않는 오염 정도의 하자가 10개 정도 있어 총 15개의 하자를 등록했다. 나중에 다른 사람들이 60개씩 찾았다는 말에 우리가 너무 대충 봤나 싶기도 했지만 지금 안 보일 정도면 살면서도 우리 눈에는 크게 거슬리지 않을 거라 생각하기로 했다.
하자를 다 찾은 후 남편과 숭이는 놀이터로 내보내고 실측을 시작했다. 주요 가구를 놓을 위치에 크기대로 마스킹 테이프로 표시해 보았는데 역시나 안방이 문제였다. 우리가 구매한 퀸 사이즈 침대 프레임을 놓으면 방문이 닫히지 않았다. 처음 침대 프레임을 계약할 때 문 사이즈를 고려하지 않았던 게 패착이었다. 평면도만 보고 가구를 미리 구입하다 보니 실제 공간을 고려하지 못했다.
한 가지 희망은 거실이 생각보다 작지 않다는 점! 고민하던 스타일러를 프리스탠딩으로 놔도 괜찮을 것 같아 신이 난다. 남편의 로망인 77인치 TV를 코앞에서 보게 될까 했던 걱정도 덜었다.
이미 지어진 집의 하자를 찾기보다는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채우고 살아갈지 고민하는 데 시간을 들여야 할 시점이다. 앞으로는 안방 방문 문제, 주방 수납 문제 등 작은 평수를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써보려 한다.